[취재파일] 北 “美 차후동향 주시”…북미회담 더 미루나

북미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만나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고문 명의의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선택과 용단에 기대를 걸고 싶다”고 밝혔다. 언뜻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뜻으로 보이지만, 담화의 전체 맥락을 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북한은 이 담화에서 북미정상회담의 전망이 밝지 못하다고 밝혔다. 북한은 “억류됐던 미국인들을 돌려보내고 미군 유골을 송환하는 등 성의있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미국은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고 대조선(대북)제재압박을 한층 더 강화하면서 조미(북미)관계를 퇴보”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계관 고문은 그러면서 “워싱턴 정가에 우리(북한)가 먼저 핵을 포기해야 밝은 미래를 얻을 수 있다는 ‘선 핵포기’ 주장이 살아있고 제재가 우리(북한)를 대화에 끌어낸 것으로 착각하는 견해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에서 … 또 한차례의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하여 과연 조미(북미)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겠는가 하는 회의심을 털어버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김계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세우며 트럼프의 용단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들과는 다른 정치적 감각과 결단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선택과 용단을 기대한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김계관은 “나와 우리 외무성은 미국의 차후동향을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어떻게 하느냐를 보고 다음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북미회담 좀 더 늦춰질 듯

북한의 이런 입장은 조만간 북미회담에 나설 것이라던 기존 입장과는 사뭇 뉘앙스가 다르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9월 9일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측과 마주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 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9월 16일 “가까운 몇 주일 내에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실무협상”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또, 북한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도 9월 20일 “이제 진행되게 될 조미(북미)협상”이라는 말로 조만간 북미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임을 확인한 바 있다.

북한이 북미회담에 유보적인 태도로 돌아섰다면 무슨 이유에서일까?

실마리는 9월 18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담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이 담화에서 북한은 “우리(북한)의 제도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비핵화 논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체제안전과 제재완화가 북한이 주력하는 주요한 관심사안임을 밝혔다. 북한은 뉴욕에서의 한미정상회담과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 등을 통해 미국의 입장을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이 원하는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무력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재확인됐지만 북한 체제안전과 관련된 별다른 언급은 없었고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원칙이 재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에서도 ‘북한의 잠재력’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북한 체제안전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바 있는 ‘새로운 방법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기본입장이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회담에 나가도 원하는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원하는 협상판이 아직 마련된 게 아니라면 김정은 위원장에게 우호적인 트럼프 대통령을 좀 더 압박하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또, 미국 내에서 불거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자는 심산도 작용했을 것이다.

임박한 것으로 보였던 북미실무회담은 좀 더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협상판이 아니라면 쉽사리 협상에 응하지 않을 뜻임을 다시 한번 내비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협상시한으로 제시한 올해가 가기 전에 북미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적이겠지만 섣부른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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