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불이익 등 탈북자 ‘주민번호 피해’ 확산

북한을 이탈해 남한으로 입국한 탈북자(새터민)에게 부여되는 주민등록번호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4일 탈북자단체들에 따르면 탈북자들이 최근 주민번호로 인한 신분 노출로 국내 기업 취업시 불이익을 당하는가 하면 중국 여행을 위한 비자발급, 중국행 승선(乘船)표 구입 등에서 탈북자임이 드러나 거부당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탈북자들의 주민번호 피해는 탈북자들이 국내 입국 후 정착교육을 받고 호적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주민번호 뒷자리(앞자리는 생년월일)에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의 소재지를 의미하는 세자리 숫자(지역코드)가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서울 명문대학 졸업반인 20대 남성 탈북자는 “지난달 한 대기업의 추천 입사전형에서 학교생활, 호주연수, 해외 자원봉사 등 여러 조건을 살핀 동문 선배의 추천을 받아 입사지원서를 냈으나 결국 불합격됐다”면서 “지원서류와 주민번호 등을 통해 드러난 탈북자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배들은 합격이 확실시 된다며 추천해 줬으나 면접관이 ‘북한 사람은 주민번호만 보고도 중국 비자를 안내준다는 데 해외여행 결격사유가 되지 않느냐’고 물었던 점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남성 탈북자는 “지난달 말 사업차 중국을 가기 위해 인천항에서 중국행 배편의 승선표를 구입하려 했으나 주민번호를 보고 탈북자임을 간파한 직원으로부터 매표 자체를 거부당했다”고 탈북자 단체에 하소연했다.

그는 “중국 해운사 직원이 주민번호를 살펴본 뒤 서울에 있는 중국대사관에서 먼저 비자를 발급받아오지 않으면 승선표를 팔 수 없다고 했다”면서 “중국 대사관에서도 탈북자 신분을 확인하고 본국 지침이라며 비자발급을 거부해 중국행이 좌절됐다”고 말했다.

중국대사관에서는 탈북자가 비자 신청을 할 경우 출생지가 기재된 호적등본 제출을 요구해 ‘북한 출신 입국자’임이 확인되면 비자 발급을 선별적으로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탈북자단체 관계자는 “탈북자들은 이런 피해 외에도 은행 계좌개설이나 자기앞수표 이서 등 일상 생활에서도 주민번호를 통한 신분 노출로 당혹스런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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