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의 외화벌이’ 갔다 오니 金초상화에 빗물이…

북한은 주민들에게 ‘수령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고 있다. 끊임없는 우상화 작업을 통해 김정일 일가를 신격화(神格化)한다. ‘김씨 왕조’에 흠집을 내는 행위엔 반드시 처벌이 뒤따른다. 


‘1호 작품'(김일성·김정일 관련 초상화 등)에 대한 북한 당국의 정책이 대표적이다. 최근 김정일은 백두산 화산폭발과 관련한 대응책을 하달하면서 ‘1호 작품’의 대피를 최우선 과업으로 지시한 바 있다.


또 일본 지진 소식에 김정일 일가와 관련된 사적자료와 사적지 등을 관리하는 당 선전부 산하 ‘모심사업 부문’에는 ‘1호 작품’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북한은 갑작스런 자연재해 등 유사시에 김정일 초상화 등을 보호할 수 있는 통(비닐로 만들어 져 있다)을 공급했다. 지난해 말부터 북한 당국은 각 가정에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주문하고, 특별 검열을 통해 ‘1호 작품’ 관리를 점검하고 있다.


‘1호 작품’을 훼손해 처벌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다음 탈북자의 증언을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함경북도에 거주했던 현철화(43.여.2010년 입국) 씨는 2004년 ‘충성의 외화벌이’에 동원됐다. 당시 9살의 딸을 혼자 집에 남겨두고 산으로 십여 일간 약초를 캐러갔다.


‘충성의 외화벌이’는 주로 중앙당 39호실에서 주관한다. 39호실은 김정일의 ‘개인 금고’를 채우는 역할을 담당한다. 17세 이상 남녀 주민들은 당에서 소집할 경우 누구나 의무적으로 ‘충성의 외화벌이’에 참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상비판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어린 딸만을 두고 장기간 산에 오를 수밖에 없다. 현 씨는 갖은 고생을 한 후 십여 일만에 집으로 돌아오게 됐다. 그런데 반갑게 엄마를 맞아야 할 딸의 얼굴이 사색이 돼 있었다.


이유인즉슨 유난히 많은 비가 내리고 바람이 강하게 불더니 지붕위에 얹어놓은 나무기와들이 대부분 흩어졌거나 날아가 버렸고, 집안천정에 붙인 비닐벽지에 물까지 고여 결국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에 빗물이 스며들어 얼룩이 져있었던 것이다.


십여 일만에 만난 딸애의 첫마디가 “엄마 어떡해요. 초상화에도 물이 새들어 얼룩이 많이 졌는데, 우리도 OO네처럼 되면 어떡하죠”라는 말이었다.


한 마을에 살던 OO네는 군 보위원이었던 아버지가 김일성의 초상화(약 0.34cm 크기)가 그려진 노동신문으로 담배를 피우다 부부싸움이 벌어졌고, 옆집의 신고로 해당기관의 조사가 나와 결국 아버지는 군복을 벗게 됐다. 


한 마을에 살던 이웃이 당한 일이기 때문에 현 씨의 딸도 근심이 컸던 것이다. 현 씨도 전전긍긍하다가 동사무소에 의뢰해 조용히 해결하려 했지만 결국 일은 터지고 말았다.


이로 인해 현 씨는 군 보안서 정치부에 불려가 3일 동안 사상검토를 받고 비판서를 일주일간 쓰게 됐다. 비판서엔 ‘모심사업’에서 나타난 본인의 ‘잘못’을 조목조목 밝혀가며 써야하고 앞으로의 결심도 명백하게 써야 한다.


가중 처벌을 면하기 위해 ‘잘못’을 저지르게 된 동기도 충성심의 부족, 수령님에 대한 입장과 태도가 투철한 혁명정신으로 무장돼 있지 못했기 때문이며 모든 것이 자기의 잘못이라고 밝히고, 앞으로 이을 극복·퇴치하기 위한 대책안도 뚜렷하게 비판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현 씨는 “다행히 그것으로 끝났지만 자연피해로 지붕이 파손된 것도 충성심이 모자라서라고 ‘둔갑’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화재사고나 홍수로 극심한 재산피해가 발생할 때도 초상화만 지켜내면 ‘김정일의 표창’까지 받게 되는 북한의 현실에 오늘날도 주민들은 한숨을 깊어 간다.


최근 김정은이 권력의 2인자로 공식 등장하면서 김씨 일가에 대한 우상화는 더욱 노골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대내 매체와 당, 군 조직을 통해 김정은의 등장과 동시에 ‘백두혈통’ ‘선군계승자’ 등을 강조하면서 그에 대한 우상화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쪼그마한 아이'(김정은)까지 모시고 살아야 하냐”며 푸념하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