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선 `9.19공동성명’ 뭔가

18일 개막하는 제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의 출발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 `9.19 공동성명’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0월 북한의 핵실험으로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15개월 전 6개국이 합의한 9.19 공동성명이 북핵 해결을 위한 대장전이며 동북아 평화의 단초라는 점에는 아직까지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5차 1단계 회담에서 그 이행방안의 틀을 짜려다 방코델타아시아(BDA)에서 촉발된 대북 금융제재 문제로 쟁점이 옮겨가긴 했지만 당시에도 9.19 공동성명은 협상의 출발점이었다.

이번 회담에서도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물론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도 9.19 공동성명을 바탕으로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단계적 방식으로 조율된 조치를 짜 나가겠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지난 해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았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당시 이 공동성명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지붕 밑에 북핵 포기와 그에 따른 상응조치로 두 개의 기둥을 세운 것이라고 비유했다.

특히 상응조치 중에는 북미 및 북일 관계 정상화 과제가 들어 있어 지붕을 더욱 안정적으로 떠받칠 수 있는 모양새를 이루고 있다.

공동성명은 6개항으로 짜여져 있다.

서로 민감한 부분을 피해 가면서 합의했기에 다소 모호하고 엉성해 보인다는 평가도 없지 않지만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적 공존을 위한 청사진이 담겨 있다.

이 중에는 1항이 핵심이다.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롭게 달성한다는 원칙과 함께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하고 핵무기비확산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세이프가드에 복귀하는 약속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한반도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핵은 물론 재래식 무기로도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담아 대북 불침 의사를 명시했다.

눈에 띄는 것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가 원용됐다는 점이다. 이를 준수,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방향과 대의를 이중으로 확인한 셈이다.

1항에는 북한의 핵심 요구사항이기에 9.19 공동성명이 나오기까지 북미 간에 최대 쟁점이 됐던 경수로 문제도 포함돼 있다. 북한의 평화적 핵에너지 이용권을 확인하고 적절한 시기에 대북 경수로 제공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적절한 시기’를 놓고 공동성명 직후부터 북미 간에 이견이 드러났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1994년 제네바합의로 손에 거의 잡았다가 공사 도중에 사업이 종료된 경수로를 다시 얻을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해 놓은 셈이다.

2항의 골자는 관계 정상화다. 북미 양측은 서로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관계 정상화를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북일 양국도 2002년 9월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 사이의 평양선언에 따라 관계 정상화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

3항은 6자가 에너지, 교역, 투자 분야의 경제협력을 양자, 다자 차원에서 증진키로 하고 5개국이 북한에 대해 에너지를 지원할 용의를 담고 있다. 이를 놓고 북한에 중유를 지원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3항에는 우리 정부가 작년 7월 12일 발표한 200만kW 대북 직접송전방안도 한국 정부가 재확인하는 형식으로 포함돼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대한 수용 여부에 대해 아직 확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항은 동북아의 미래에 관한 내용이다. 6자가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대전제 아래 직접 관련 당사국들이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하기로 약속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 달 하노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국전 종전 선언’ 의사를 밝힌 것도 이 같은 4항의 내용에 따른 것이다.

여기서 직접 관련 당사국은 1953년 정전협정에 서명한 북.중.미 3국에 우리 정부를 포함해 4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97∼1999년 남,북,미,중 사이에 열린 제네바 4자회담에서도 평화체제가 화두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4항에는 6자는 동북아에서 안보협력 증진을 위한 방안과 수단을 모색해 나가자는 합의도 들어 있어 향후 6자회담이 동북아 안보 틀을 담당하는 기구로 발전할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5항에는 이행방안을 짜는 방식을 규정했다.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입각해 단계적 방식으로 상호 조율된 조치를 취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는 동시 행동 방식에 따른 로드맵 구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