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석의 일기⑧] “한국이라니요?”

다음날 할아버지는 아침부터 몇 차례나 전화를 걸고 계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우리들이 일어난 것을 보시자 식탁에 앉힌 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여기에는 있을 수가 없구나. 여기는 조그만 마을이니까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도 당장 눈에 띄게 된다. 될 수 있으면 큰 도시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엔지(연길 : 延吉)시에 있는 잘 아는 분한테 연락을 취했단다. 오후쯤 되면 이곳에 올 것이니 착실하게 말을 해야 된다.”

낮이 되니까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대로 어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오셨습니다.

박 할아버지와 최 할머니라는 분입니다. 어떤 사람이 올 것인지 불안했지만 두 분 모두 다정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어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지금까지 만나본 사람들한테 말한 것과 똑같이 북조선에서의 생활과 중국에 와서의 일들을 들려드렸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매우 진지한 얼굴을 하시고 들어주셨습니다. 내가 말을 마치자 이번에는 박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불쌍하게 양친부모가 없으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겠지. 그러나 중국에 있는 한 안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른 애들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도 역시 북조선 아이들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 한국에라도 가면 좋은데…”

할아버지께서 ‘한국에…’라고 말씀하실 때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울고 말았습니다. 희선이도 맥이 풀려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북조선에서는 언제나 한국을 가혹하고 나쁜 나라라고 가르쳐 주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썩어빠진 자본주의 사회’라든가, ‘천적(天敵)인 미국의 앞잡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미국 사람은 괴물이나 악마와 같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앞잡이인 한국 사람도 같을 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그런 곳에 우리를 보내려고 하는 걸까… 터무니없는 사람들이다…’

나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태도가 바뀐 우리들을 보고 할아버지나 할머니도 놀라신 것 같았습니다.

“왜 그래? 왜 그래?”

갑자기 분위기가 시끌시끌해지고 말았습니다. 이유를 알게 되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한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들에게 여러 가지 많은 것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씀으로는 어쨌든 지금의 한국은 북조선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부유한 나라이며 중국보다도 더 잘 사는 나라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북조선에서는 자전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적지만 중국에서는 어느 집이나 자전거가 없는 집이 없다는 것, 그런데 한국은 중국 사람들이 자전거를 갖고 있는 것만큼이나 모두 자가용차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때만 해도 자가용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이런 말을 듣고 있는 가운데 나나 희선이는 그분들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어 안심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후에 우리들은 박 할아버지의 집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마음 착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집에서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3개월을 지낼 수 있었습니다.

The DailyNK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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