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둔 평양의 휴일 ‘평온’

추석을 닷새 앞둔 휴일인 1일 평양의 거리는 회색빛 건물 숲 사이로 고요함을 유지한 채 평온해 보였다.

평양 도심 고려호텔 주변에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바쁜 걸음을 재촉하며 어디론가를 향하는 주민들과 뛰노는 아이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길에 나선 주민들은 대부분 짙은 색 옷 일색인 가운데 디자인이나 스타일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한 옷차림이었고, 공항이나 사적지 등에서 일하는 ’봉사원들’은 제복을 외출복과 구분없이 입고 있었다.

일부 젊은 여성들은 분홍색이나 붉은색 옷으로 눈길을 끌었고 ’평양 거리의 꽃’으로 알려진 여성 교통보안원들은 길 한 가운데서 활달한 손짓으로 사람과 차의 갈 길을 갈랐다.

어린이들은 아파트 주변에서 해맑은 미소를 지은 채 거리를 뛰어 다니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장난을 치기도 했으며, 놀이터에서는 부모의 도움으로 유아들이 그네를 타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평양호텔 앞에서는 10살 가량의 소년 두 명이 인라인 스케이트나 자전거를 타고 왕복 4차선 도로 옆 인도를 질주하기도 했다.

단독주택을 찾을 수 없이 온통 아파트형 살림집으로 빼곡이 들어찬 시내 곳곳에서는 건물을 새로 짓느라 타워 크레인이 동원되기도 했다.

특히 광복거리에는 20∼30층 건물이 즐비하게 배치돼 마치 서울 여의도광장 주변 금융가를 연상케 했다.

북측 안내원은 “고층 건물은 모두 살림집이며 당 간부나 고위층이 사는 것이 아니라 일반 인민들이 사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이 자리한 대동강의 옥류교 주변에서는 일요일을 맞아 뱃놀이를 즐기거나 낚시를 즐기는 등 한가로운 휴식의 한때를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주체사상탑을 마주보고 있는 인민대학습당 앞 광장에서는 남녀 학생 수백명이 교복을 입고 나와 올해 여름 집중호우로 하지 못해 내년 봄으로 연기된 아리랑 공연을 연습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일부 여학생들은 민족옷(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수다를 떠느라 여념이 없었다.

주체사상탑 주변 광장에서도 수백명의 주민이 흰색 와이셔츠로 통일한 복장을 하고 나와 저마다 주체사상탑 꼭대기에 있는 횃불 모형을 들고 구호에 맞춰 몸동작을 익히는 매스 게임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평양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궤도전차는 낡은 차체를 그대로 드러낸 채 2∼3개의 차량에 휴일을 즐기려는 주민들을 가득 싣고 달렸다. 버스는 간간이 오락가락 했지만 승용차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축구, 탁구, 태권도 등 체육 종목별 건물이 늘어서 있는 체육촌을 지날 때 황소 한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이 목격됐는데, 북측 안내원은 “추석을 앞두고 해마다 열리는 대황소상씨름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에게 줄 상품이라서 잠시 풀을 뜯기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양거리는 평온한 듯한 분위기 속에서도 긴장감이 엿보였다.

건물 여기저기에 선명한 붉은 색이나 짙푸른 색으로 쓰인 ’선군혁명 강성대국’, ’결사옹위’,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 등 다양한 구호가 방북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마치 미사일 시험발사 후 국제사회의 압박이 점점 강해지는 가운데 내부적인 결속을 다지는 외침으로 보였다.

저녁 무렵 평양거리는 오후 7시를 넘어서며 날이 어둑어둑해지는데도 대부분의 건물은 쉽사리 불을 밝히지 않아 어둠은 시간이 갈 수록 짙어갔다.

하지만 평양시내에서 가장 높은 전망을 자랑하는 주체사상탑 횃불 탑신은 붉은 빛을 선명하게 밝힌 채 고요하기만 한 평양시내를 밤새도록 지켰다.

북측의 한 간부는 “우리는 이미 미국의 제재에 익숙해 있다”면서 “대북 제재 운운하는 것은 제국주의의 악랄한 술책이겠지만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 일반 주민들은 별다른 느낌이 없다”고 말했다.

외부에서는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도시로 보이는 평양거리는 애써 평온을 강조하는 듯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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