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앞둔 임진각 망배단 풍경

“아버지, 막내딸이 왔어요. 보고 싶어요”

추석을 앞둔 24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을 찾은 박옥함(76) 할머니는 한국전쟁 당시 가족과 생이별 한 망향의 슬픔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박 할머니는 1.4 후퇴 때 ‘먼저 내려가 있으면 따라가겠다’는 부친의 말만 믿고 모친과 다른 두 형제와 함께 고향인 강원도 금화군에서 피난을 왔다 북쪽의 가족들과 영영 헤어지게 됐다고 한다.

박 할머니를 슬프게 하는 것은 함께 내려온 언니마져 3년 전 세상을 떠나 더이상 함께 망배단을 찾아줄 가족이 없다는 것이다.

박 할머니는 “오빠는 전쟁 통에 행방불명이 됐고 어머니는 오래전 돌아가셔 언니가 유일하게 의지가 됐었다”며 “북에 남은 6명의 다른 형제 소식이라도 전해들으려면 하루 빨리 통일이 돼야 하는데 해가 갈수록 건강이 나빠져 내년에 또 올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비무장 지대에서 불과 7㎞ 떨어진 임진각 망배단은 1971년 만들어진 이래 지난 35년 동안 실향민들에게 마음의 고향이자 안식처가 됐었다.

그러나 실향민들이 점차 고령화되면서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나고 망배단을 찾는 이들이 줄어들며 실향민의 슬픔을 더해주고 있다.

평남 순천이 고향인 주태룡(87) 할아버지는 “북에서 같이 내려온 안사람이 세상을 떠나 몇 년 전부터는 혼자 온다”며 “혼자가 된 뒤로는 고향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임진각 시설관리공단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명절 때마다 망배단을 찾는 실향민은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500명이 넘었으나 계속 줄어 요즘은 150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매년 추석 실향민들과 함께 망배단을 찾는 등촌사회복지관 이재남(28)씨는 “5년 전만 해도 70여명의 실향민들과 함께 왔는데 올해는 고작 35명만이 왔다”며 “이 곳에 올 때마다 고향에 갈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이제는 임진각조차 오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져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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