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분위기 마지못해 동조…나라 운명 걱정 뿐”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의 사망에 대해 1994년 김일성 사망 때와 달리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북한이 대내외 매체를 통해 밝힌 추모 내용과 일정, 내부 소식통과 탈북자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는 당국의 조치 등은 김일성 사망 때와 엇비슷하다. 하지만 주민들이 체감적으로 느끼는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의 사망을 접하는 북한 내 분위기는 분명히 다르다.


북한 당국은 이날 김정일 사망 소식을 발표하기 전 대내 매체를 총동원해 낮 12시 ‘특별방송’을 예고했고, 생전 김정일의 현지지도 영상 등을 연이어 내보냈다. 방송 직후엔 사망 소식을 접한 주민들이 통곡하는 영상을 계속 내보내면서 추모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더불어 전날에 국경경비대 등에 ‘국경봉쇄’를 지시했고, 군(軍)과 보위부원 등 법기관원들을 동원해 거리의 유동인원을 통제하면서 노동당 기층조직 등을 통해 참배를 조직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동요를 사전에 차단하고, 애도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된다.


하지만 데일리NK 내부소식통과 탈북자들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김일성 사망 때와 확연히 다르다. 김일성 체제 하에선 내·외부 정보에 대한 철저한 통제로 북한 당국의 선전을 있는 그대로 믿었기 때문에 김일성에 대한 추모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내부 분위기에 대해 소식통들은 “온 나라가 눈물바다였다” “민족의 위대한 어버이의 사망으로 앞으로의 조선 민족의 운명을 두고 슬퍼하고 가슴을 쳤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김일성 사망 이후 계속된 경제난과 화폐개혁(2009년)의 후유증, 급속한 외부 정보의 유입은 김정일과 후계자 김정은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다. 특히 최근에는 각종 통제조치가 남발하고 환율·물가 등이 급등하면서 지도부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은 고스란히 김정일 사망 추모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함경북도 회령 소식통은 “마지못해 추모 분위기에 동조하고 있을 뿐”이라며 “장군님의 사망 소식에 슬픔보다 나라의 운명과 전망에 대해 걱정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한 탈북자(2011년 입국)는 “숨쉬기조차 편안치 않던 시대가 끝장났다는 일종의 안도감으로 슬픔보다는 드디어 ‘그날이 왔다’는 편안함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북한 주민 반응은 1990년대 중반 대아사 사태 이후 쌓여 온 김정일 체제에 대한 불신과 향후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함북 무산 소식통은 “수령님이 서거했을 당시는 장군님이 계신다는 생각으로 불안한 것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모두들 ‘장군님 서거에 슬픈 마음보다 나라 정세가 어떻게 되겠는가’라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온성 소식통도 “김일성 사망 당시는 후계자로 정식 등장한 김정일에 대한 교육을 어려서부터 받았기 때문에 불안한 생각을 하지 안했는데 지금은 김정은에 대한 교육도 없어 불안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