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김정일…비상구는 있나?

북한 김정일의 잠행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후 한 달이 넘어가는 동안 모든 상황이 김정일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중국이 유엔안보리 대북결의안에 찬성 표결한 것이다.

북한의 경제•외교적 후원자인 중국의 대북제재결의 동참은 김정일에게 추가 도발행위가 가져올 실질적 위기를 실감하게 해줬다. 무더기 미사일 발사라는 벼랑 끝 전술은 오히려 미국의 강경정책을 부채질하고 중국과 한국의 후원을 끊게 만들었다.

김정일은 현재 유사시 야전군 사령부가 위치할 지하 요새 철봉각이나 어느 한적한 특각(김정일 별장)에서 추가로 내놓을 카드를 저울질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명쾌하지 않고 부작용이 크다. 핵실험 같은 강경조치는 중국과의 완전 결별을 각오하지 않는 한 리스크(risk)가 너무 크다. 반면, 명분도 실익도 없는 6자회담 복귀도 내부에서 김정일의 권위에 치명타를 입힐 공산이 크다.

김정일이 사용할 수 있는 위기고조 카드로 핵실험을 들 수 있다. 영변 5MW 원자로를 통해 플루토늄 보유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주변국이 반응할 만한 직접적인 위협을 던져주기는 쉽지 않다.

핵실험은 김정일이 사용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카드다. 물론 핵실험을 반드시 하지 않고 핵실험의 효과를 내려고 할 수도 있다.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에 파놓은 갱도에 고폭장치를 설치하고 관측대를 신축하는 방식으로 핵실험 징후를 노출하면서 미국과 국제사회에 압박을 시도할 수도 있다.

핵실험 강행 시 중국은 북한 버릴 것

그러나 현 부시 행정부가 이러한 협박에 굴복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 북한이 핵실험에 들어가면 미국의 북한정권 교체 압박이 본격화될 것이고 중국도 ‘북한 버리기’를 결정할 수 있다.

김정일이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돌아가기도 쉽지 않다. 금융조치가 해제되지 않는 조건에서는 북한이 미국에게 목덜미를 잡힌 채 회담장으로 끌려가는 모양새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북한 내부에서 자신의 절대적인 권위가 유지되는 것을 가장 중요시하는 김정일에게는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북한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부시 대통령 임기 동안 ‘버티기’로 들어가는 것이다. 김정일은 차기에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그때 핵협상에 들어가겠다는 계산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태천 50MW 원자로 건설에 박차를 가해 핵 양산체제를 갖춤으로써 협상력을 극대화 시키자는 전략이다.

실제 과거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 시절 김정일은 핵과 미사일을 지렛대로 미국과 각종 합의와 약속을 반복하며 경제제재 해제 및 관계개선, 에너지 제공 등의 실익을 챙겼다.

버티기 전술, 북 내부 부메랑 될 수도

그러나 김정일이 버티기에 들어간다 해도 임기가 2년 6개월이나 남은 부시 행정부가 위험을 그대로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북 금융조치는 더 광범위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또, 버티기의 후유증은 내부에서 불거질 공산이 크다. 통치자금 고갈과 외화부족으로 김정일의 권력누수 위험이 상존한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다 해도 위험요인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현재 민주당은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촉구하며 평양방문까지 요청하고 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바로 미-북 양자대화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은 미국이 북한의 위협이 커지지 않도록 일단 말로 설득하되, 그렇지 않을 경우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민주당 계열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 군사적 보복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나, 민주당 전 대선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이 선거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주문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오히려 민주당 정부에서 대북 군사조치가 행해질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

현재 김정일의 살 길은 조건없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이다. 이후 9.19 공동성명 프로세스에 따라 핵포기 절차에 들어가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고 개혁개방으로 나가는 것이다.

김정일이 끝까지 이 길을 외면한다면 김정일에게는 정말 ‘비상구’가 없다. 국지적 대남도발 등 또다른 꼼수를 부린다면 ‘협력관계’인 노무현 정권만 더욱 코너에 몰릴 뿐이다.

김정일이 6자회담 복귀의 길을 정말 포기한다면 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집안단속’에 들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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