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보고보다 몇분·몇백미터 차이나”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고(故) 박왕자(여.53) 씨 피살사건과 관련, “(숨진 박 씨의) 발견 거리, 피습 거리, 출발시간 등이 확인됐으나 당초 보도됐던 내용과 다른 점이 있다”고 15일 밝혔다.

방북해 북측 관계자들을 만나고 이날 귀환한 윤 사장은 김하중 통일부장관에게 방북 결과를 보고 하기 위해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하고 “몇분, 몇백 미터 차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날 고성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다소 다른 점이 있었다”고 밝혔었다. 그는 “북측 사람들로부터 경위에 관해 일부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이야기를 듣고 막 나오는 길이다. 좀 정리를 해야 이해가 될 것 같다”면서 즉답을 피했었다.

이에 따라 고 박 씨 피살사건에 대한 북측의 경위 설명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는 것은 50대 중년 여성이 20여분에 3㎞가 넘는 거리를 주파할 수 있는가이다.

박 씨가 숙소인 비치호텔을 나온 시각이 오전 4시25분인 것으로 이 호텔 폐쇄회로(CC)TV 분석결과 확인됐고 북측이 사건 발생시각이 오전 4시50분이라고 밝히고 있어 박 씨의 이동시간이 25분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또한 박 씨가 경계 펜스에서 1.2㎞ 북측 군사시설지역으로 들어갔다가 1㎞ 되돌아 도망치다가 피격됐다는 북측 주장에 의거해 숙소와 철제 펜스까지의 거리 약 1㎞를 합해 박 씨가 이동한 거리는 총 3.2㎞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번에 윤 사장이 출발시간과 발견거리 등이 애초 보도됐던 내용과 다르다고 언급함에 따라 ‘20여분에 3.2㎞ 주파’라는 종전의 다소 비현실적인 관측이 얼마만큼 수정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북측이 윤 사장에 전달한 내용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측은 윤 사장에게 정확한 자료를 전달한 것이 아니라 귀환 직전 구두로 전달했다. 이는 남측에서 당시 현장에 대한 증언자들 나오면서 북측의 주장에 강한 의혹이 제기되자 당황한 북한이 일부 내용을 급하게 수정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윤 사장은 “이번 사건의 파장이나 남측의 여론에 대해 북측에 상세히 설명했고 합동조사 필요성도 누차 강조했으나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여러 방안을 강구해서 찾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북측도 이번 사건의 전개에 당황하는 면도 있고 상당히 고심하는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북측이) 사건의 조사에 관해서 조금 성의를 가지고 하는 듯했는데 과연 우리에게 흡족한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하중 장관은 이날 면담 직전 “이번 사건은 절대 일어나지 말어야할 비극적인 사건”이라며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정부로서의 책무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북한의 태도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앞으로도 계속 이런 태도 보인다면 한국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고 정부 접촉은 물론이고 민간 교류에도 상당히 나쁜 영향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세계 많은 나라들이 우리 국민의 분노를 잘 알고 있다”며 “사태가 계속 악화된다면 우리 국민들의 여론이 국제사회 여론에도 영향을 미쳐서 결국 국제적으로도 북한에 대해 불리한 여건이 조성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전망했다.

김 장관은 “북한이 하루 빨리 우리측 요구에 호응해서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 국민들의 궁금증과 불만을 해소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북측은 15일 정부가 요청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 공동진상조사단 구성을 촉구하는 전화통지문 접수를 또다시 거부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오늘 오전부터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전화통신문을 받으라고 요청했다”며 “그러나 북측이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북측이 전통문을 거부함에 따라 정부는 전통문 전문을 공개했다.

정부는 전통문에서 “북측은 ‘(남측) 인원의 신체·주거·개인재산의 불가침권을 보장한다’는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이하 합의서)’ 제10조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쌍방 당국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사안을 민간에게 맡겨 두는 것은 옳지 않으며 의혹만 증폭시킬 수 있다”면서 “우리 측은 황부기 통일부 국장을 단장으로 하여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을 금강산 현지에 파견하고자 한다”고 적시했다.

또한 “북측은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이는 남북간 정보 교환과 협력을 규정한 합의서 제12조에 근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전통문은 김하중 통일장관이 발신자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수신자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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