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생한 최악의 북한 함경북도 수해로 병실(군인들이 생활하는 방)과 감시 초소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로 인해 국경경비대 수백 명이 행방불명됐거나 사망했다고 내부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이번 수해로 일반 주민들은 물론 두만강 연안 수백 명의 국경경비대 군인들도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됐다”면서 “특히 두만강 기슭마다에 위치한 소대 병실들이 두만강 급류에 순식간에 무너져 그 안에서 자고 있던 군인들이 무리죽음(떼죽음)을 당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함북 27여단 소속 ‘무산대대’와 연사군, ‘남양대대’ 군인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당했는데, 이는 두만강에서 불과 20m 떨어진 곳에 병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소대들마다 2명의 보초병만 남겨놓고 30여 명 군인 모두가 침실에서 잠을 자다가 갑작스러운 급류에 휘말려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식통은 “강둑 위에 있는 수십 개의 경비초소도 급류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 대다수 초소 군인들이 행방불명되거나 사망했다”면서 “야간 ‘탐지기초소’에 있던 분대(7~8명)원들도 갑작스러운 급류에 떠내려가 버렸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소대와 경비초소 무기고에 보관되어 있던 소총과 탄약, 전투장구류가 강물에 떠내려가거나 감탕(물에 풀어져 곤죽같이 된 흙) 속에 매몰됐다. 또한 막대한 외화를 들여 구입한 독일산 야간감시설비들이 홍수에 파손되거나 매몰되는 손실을 당했다.
소식통은 “국경연선 부대들 피해로 인해 인민무력부(현 인민무력성) 책임간부들이 실태 요해(了解·파악)로 부랴부랴 내려오는 가하면 27여단 군관(장교)들까지 동원돼 무기·장비를 찾기 위한 수색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 ‘수색작전’에는 경비대 군인들뿐만 아니라 군내 기업소와 협동농장 교도대(북한의 핵심 민간 군사조직)까지 총동원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감시설비가 사라진 틈을 이용한 주민 탈북을 우려해 군인들과 보안서(경찰), 교도대까지 동원시켜 3선경계망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인민반 회의를 통해 ‘9시 이후엔 돌아다니지 말 것’을 강조하면서 무장군인과 보안원들이 날마다 거리와 골목길을 누비며 단속에 나섰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평양과 여단에서 내려온 간부들도 실종 군인보다 무기탄약을 찾는 데 더 급급해 한다”며 “주민들은 ‘무기 찾기에 최선 다하라’는 평양의 지령에 대해 ‘사망자와 행방불명자 대책은 안중에도 없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