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통해 시장을 대폭 확대한 북한에서 경제 현실의 변화를 반영한 최신 유행어가 다수 등장하고 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0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주최한 정책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되거리’라는 말이 일상화되면서 유통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작년 9월에 발간된 조선말사전은 되거리를 ‘어떤 상품을 사서는 다른 사람에게 다시 비싸게 팔아넘기는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는 도매업자, 소매업자, 최종 소비자까지 연결되는 유통망이 형성되면서 중간에서 마진을 챙기는 유통업자들이 북한에서도 대거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평양에 있는 한 공장에서는 별도로 ‘되거리 회사’를 차려 유통사업을 전담하는 경우도 있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건도 취급하지만 외부에서 상품을 들여와 공장에서 다시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공장에서 실제로 상품을 생산하지 않아도 출하는 계속해서 이뤄지는 기현상도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차판(車販) 장사’는 북한에서 되거리가 확산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상인들이 차량에 상품을 싣고 각 지역을 돌면서 소매업자 혹은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장사 방식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차판 장사꾼들이 기존의 유통질서를 교란시킨다는 이유로 최근 이를 전면 금지시키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북한 당국이 차판장사를 단속하고 있는 배경에는 상인들이 각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체제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정보를 퍼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시장이 확대되면서 ‘청진달리기’라는 말도 새로 유행하고 있다. 청진달리기는 청진 주민들이 워낙 되거리 장사에 능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의류 분야에서는 청진 상인이 북한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청진은 중국 등에서 수입된 각종 상품이 집중되는 일종의 물류 창고 역할을 하면서 평양은 물론이고 황해도와 강원도에서도 재력이 있는 ‘돈주(錢主)’들이 차량을 대절해 물건을 떼러 올 정도로 흥성거리고 있다.
유통이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승객과 화물을 실어 나르고 운임을 받는‘써비차’와 같은 영업용 차량도 등장하고 있다.
‘써비(서비)차’는 ‘서비스(봉사))’라는 말을 줄여서 만든 이름으로 운행거리 100리당 북한돈으로 500원 정도를 받고 있다.
‘써비차’로는 북한 주민들이 ‘카운티’라고 부르는 25인승 승합차. ‘반트럭(픽업트럭)’, 영어 ‘long van’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롱구반’(봉고차량) 등이 이용된다.
북한에서는 개인의 차량 소유를 허용하고는 있지만 등록 절차가 복잡하고 유류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차주들은 자신의 차량을 기관의 소유로 대신 등록해놓고 영업을 하고 있다. 차주들은 차량을 등록해주는 조건으로 기관에 일정한 돈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남한의 지입차주들과도 비슷한 모습이다.
김 교수는 “북한에서도 오락실, 컴퓨터 상점, 비디오 관람방, 목욕탕, 당구장, 노래방, 식당 임대 경영 분야에서 개인 영업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부를 축적한 신흥 계층이 출현하면서 부의 불평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