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용 “납북자, 이산가족으로 다루면 안된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 ⓒ데일리NK

1978년 납북된 김영남(45)씨가 29일 기자회견에서 “당시 쪽배를 타고 바다에서 표류하던 중 북한 선박에 구조된 뒤 입북했다”며 납북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또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씨는 1994년 병원에서 자살했다고 밝혔다.

김씨의 이러한 주장에 일본과 국내 납북자 단체들은 일제히 “말도 안된다”며 “납치 문제를 일단락 지으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김영남 납북사건을 알리는데 앞장서온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북한의 정치적 이용을 지적하면서도 “영남이가 ‘납북설’을 부인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북한 체제에서 수십년 동안 살아온 김씨가 체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북한이 영남씨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을 이미 예상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2004년 중국에서 북측의 한 인사로부터 ‘메구미의 남편이 1977~78년 사이 남한에서 납치된 고교생’이라는 제보를 받았다. 그후 일본정부의 도움으로 DNA 확인을 거쳐 가족상봉에 이르기까지 김영남 사건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그에게 김영남씨 기자회견 내용에 대한 의견과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김영남씨가 납북된 사실을 전면 부인했는데

납북될 당시 영남이는 학생신분이었는데 자진해서 북한에 남기로 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이러한 주장은 영남이 개인 주장이라기 보다는 북한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북한은 순순히 납북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북한의 태도를 봐서도 그렇고 북한이라는 나라의 체제 특성상 더욱 그렇다.

영남이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 같은데 북한이라는 나라에서 체제 비판은 가능하지 않으며, 영남이도 그것을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영남이가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야 한다. 북한체제가 문제다.

“오히려 자진월북이라고 이야기 안한 것 다행”

오히려 영남이가 자진월북이라고 이야기 안한 것이 다행스럽다. 그동안 납북자 가족 상봉이 몇 차례 있었는데, 그 때 납북자들은 자진월북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 이때마다 가족들은 상당히 곤란해 했다.

-북한이 김영남씨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영남이 모자 상봉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이라는 나라는 다루기 힘들다. 무조건 북한을 비판하거나 행동해서는 안 된다. 판이 깨질 수가 있다. 심사숙고해서 구체적인 대안을 세워 대처해야 한다.

국내 언론에서 영남이의 발언을 놓고 거짓말이라며 비판하고 있는데 나는 생각이 다르다. 가족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납북 사실을 부인한 것은 잘못됐지만 영남이의 처지와 북한 내에서 위치가 있기 때문에 사실을 이야기할 수 없다.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럼 북한이 김영남씨에게 ‘납북설’을 부인하게 만든 의도는 뭐라고 생각하나?

이번 상봉에서 북측은 여러 가지 의도가 있었다. 북한은 가족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하면서 김씨 모자 상봉을 하게 했다. 납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처럼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北, 메구미 사건 매듭…국제여론 무마시키려는 의도”

그리고 메구미씨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편 영남이에게 죽었다라고 인정하게 만들어 일정정도 매듭지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또한 북한의 납치 범죄가 국제적으로 거론되고 있고, 계속해서 이미지가 나빠지자 이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일환으로도 보인다.

-김영남씨 송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송환문제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영남이는 가족들과 평양에서 잘 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영남이의 의견도 중요하다. 그리고 최계월씨와 누나 영자씨는 영남이를 과거로 돌릴 수 없다고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가족들과 상의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다.

-김영남씨의 남측 가족이 8월 평양을 방문할 수 있도록 남북한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그럼 자유왕래는 말하는 건가?

가족들에게 왕래와 만남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래서 김씨의 남측 가족 평양 방문을 추진할 것이다. 영남이가 어머니와 누나를 평양으로 초대한 만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도 자유 왕래는 필요하다. 또한 8월 방북과 함께 이후 명절을 통해 김씨 가족이 고향을 방문할 수 있도록 남북 당국에 요청할 계획이다.

“南北, 납북자 문제 별도 채널로 협의해야”

그러나 납북자 문제를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차원에서 다루는 것은 반대한다. 이렇게 되면 납치 문제가 이산가족 개념으로 다뤄질 수 있으며 송환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자유 왕래는 하든 상봉하든 이산가족 차원이 아닌 다른 채널을 통해 납북자 문제가 다뤄져야 한다.

-김영남씨 모자 상봉을 계기로 정부는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나?

정부가 곧 납북자 관련 특별법을 발표할 것으로 안다. 우선 정부는 이 법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납북자 문제를 이산가족차원에서 다루는 것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납북자만 담당하는 정부내 특별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장관급 회담에서 생사확인 등을 비롯해 납북자 문제를 북한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향후 계획은?

우선 영남이와 같이 납북된 이민교씨의 남측 가족 상봉을 위한 활동을 펼칠 것이다. 영남이 모자 상봉을 선례로 나머지 납북자 가족들의 상봉도 이루어져야 한다. 더 구체적인 사항은 영남이 가족들과 함께 회견을 통해 말하겠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