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북한의 일방적 거부로 2008년 12월 중단된 6자회담 등 비핵화를 위한 회담이 재개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룡해는 23일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만나 “중국의 건의를 받아들여 관련국들과 대화에 나서기를 희망한다”고 했지만 ‘6자회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실제 비핵화에 대한 대화가 이뤄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가 비핵화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중국의 건의를 받아들여’라는 표현 등을 볼 때, 진정성 있는 의지 표현으로 해석하기는 아직 무리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번 최의 발언은 북중 관계 복원에 방점이 찍혀 있었고 류 상무위원의 비핵화 관련 발언에 대한 외교적인 답변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최가 갖고 있는 김정은의 친서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론이 많다. 김정은이 친서를 통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표명한다면 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행보를 보일 수도 있지만 북한의 우선적인 행동조치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한국과 미국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한미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없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동안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6자회담에는 나서지 않을 것임을 여러 차례 밝혔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2009년 7월 “미국과 그 동맹국이 조선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아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고 했다. 외무성도 올해 1월 “앞으로 조선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때문에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군축회담이나 평화협정 관련 대화 의지 표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북한의 대내외 매체들은 핵보유국으로서 군축회담은 가능해도 북한의 핵 포기 협상인 6자회담은 있을 수 없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대화를 원한다는 것은) 6자회담을 겨냥한 것이지만, 비핵화를 전제로 한 회담은 열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 “북한은 6자회담이 열려야 평화협정을 전제로 한 미북대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북중 간에도 회담 의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일 수도 있고 중국 또한 6자회담을 열어 일단 대화를 하자는 입장이고, 한미는 진정성 없는 대화는 원하지 않기 때문에 한미중 간의 의견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신범철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역시 “최룡해가 에둘러 모호하게 표현한 것은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중국은 북한을 6자회담만 해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데, 북한은 아직 이 문제를 명확하게 꺼내지 않는 상황에서 양국 간 접점의 기준은 6자회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비핵화가 주요 의제가 아닌 하나의 의제로 격하돼 회담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중국이 한반도 안정적 관리라는 측면에서 당사국들이 먼저 대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도 북한의 진정성을 탐색하는 차원에서 중국의 대화 제의에 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