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가 군복 입고 황급히 중국 간 까닭은?

북한의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하였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김정은이 집권 후 외국에 특사를 보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위급 인물의 중국 방문은 지난해 8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이후 9개월만이다.


한반도 정세는 3월 5일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이후 전개된 군사긴장 국면이 막을 내리고, 이제 각국간 외교전에 돌입해 있다. 


최룡해는 중국에 왜 갔을까? 왜 이 시점에 갔을까?


첫째, 김정은 정권은 박근혜 대통령이 6월 중국을 방문하기 전에, 다시 말해 한반도 정세 운영을 한국과 미국·중국이 주도하는 형국으로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북한의 입장을 중국에게 확실히 전달하고, 동북아 외교전에서 피동상태에 빠지는 것을 방어하면서 불리한 정세를 반전시켜야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한국보다 한발 앞서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둘째, 군 총정치국장 신분인 최룡해가 갔다면 “조선(한)반도 문제는 역시 군사문제가 근본문제”라는 사실을 중국에 환기시키려고 할 것이다. 2000년 10월 조명록 총정치국장이 군복 입고 미국 클린턴 대통령을 만났듯이…


다시 말해, 최룡해는 “앞으로 우리가 스스로 핵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이제 조선반도 근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문제를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인 미-북-중이 만나서 결판내자”고 강조할 것이다. 즉, “우리도 유엔회원국으로서 국제규범을 지키고 싶지만 조선(북)과 미 제국주의 사이에 아직 풀어야 할 근본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먼저 이 문제(평화협정)부터 풀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게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담보하는 회담을 개최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으라”고 등을 떠밀 것이다. 김정은의 측근이자 인민군을 통제하는 최룡해가 간 것도 이른바 북한 입장을 중국에게 ‘견결히’ 전달하려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조선중앙방송이 22일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특사 자격으로 중국으로 출발했다는 보도에서 공항에 나온 환송인사 명단을 소개하면서 군 총참모장을 ‘김격식 동지’로 호명한 이유도 ‘강경한’ 북한의 입장에 힘을 실은 것이다.


셋째, 최룡해가 중국에게 북한의 입장을 전달하고, 만약 중국이 이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의사가 있다는 점을 최룡해에게 전달한다면, 김정은 제1비서의 방중이 곧 실현될 것이다.  


넷째, 김정은이 이번에는 최룡해를 보냄으로써 자신의 권력이 튼튼하다는 메시지를 중국에게 전하려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스스로 장성택과 최룡해를 번갈아가면서 중국에 보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할 것이다. (이번에 김정은이 ‘중국 채널’인 장성택을 보내지 않은 것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여 ‘장성택 방중 카드’를 아껴두는 한편, 김정은이 나름대로 장성택-최룡해를 분리 통제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


다섯째, 이번에 최룡해의 역할은 말하자면 ‘원 포인트 특사’로 보인다. 만약 과외의 일이 있다면 중국의 군사적 지원을 받으려 하거나, 중국 인민해방군과의 인적 교류 정도일 것이며, 기타 북중 경제협력 등에 관한 중국 관영매체의 보도가 나온다면, 그것은 최룡해 방중의 본안(本案)을 숨기려는 ‘위장’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지난 16일 일본의 이지마 이사오(飯島勳·67) 특명 담당 내각관방 참여(參與·총리 자문역)를 불러들였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 식민지 배상금 등 관련 현안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청취했을 것이다. 


북한의 동북아 게임에서 일본 카드는 ‘조커(joker)’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북한이 물밑으로 일본에 손을 내밀면 일본은 일단 덥석 잡게 되어 있다. 이유는 평시 대북 채널의 부재 때문이다. 남북간 채널은 어쨌거나 많이 있는 편이다. 중-북 간 채널은 대외연락부와 같은 당 대 당의 믿음직한 채널이 있다. 미-북 간 대화도 뉴욕 채널을 통해 언제든 대화가 가능하다.


일본은 일-북 채널이 없다. 일본 내 조총련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간접적이다. 조총련은 노동당 하급 단체 성격이어서 국가대 국가간 ‘채널’로써 의미도 없다. 그래서 일본은 북한과 하나의 채널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물밑 제의가 오면 일단은 무조건 ‘확보’해놓고 본다. 그렇게라도 해놓아야 북한 정보에서 그나마 한국, 중국에게 덜 구차해지는 것이다.


북한은 ‘조커’ 일본을 끌어들이면서 중국을 자극하여 자신의 전략적 몸값을 올리려 한다. 중국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일본을 끌어들이고, 바로 이어서 최룡해를 보내서 북한의 입장을 전달하려는 모습이 어째 어설프게 보인다.  


지난 3월 5일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이후 지금까지 김정은이 보여준 모습은, 아무런 전략적 연역성도 없었고 또 귀납성도 없다. 하나의 수단으로 여러가지의 목적을 쟁취할 수도 있고, 또 여러가지 수단을 통하여 하나의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개성공단을 잠정 폐쇄하면서까지 김정은이 도대체 무엇을 얻으려했는지 모르겠다.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을수록 ‘주관적 몽상’은 강하게 나타난다. 자신의 머리 속에 관념의 형태로 들어있는 것이 곧바로 현실화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마치 수학문제를 풀면서 문제를 종합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답부터 큰소리로 외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이번에 최룡해를 보낸 것도 어째 김정은이 자기 속을 다 보여주고 중국으로부터 받는 것은 없이 빈 주머니로 귀국시키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박근혜 정부가 긴장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5월 한미 정상이 확인한 북한 비핵화 등의 대북정책과 지난 4월 케리 미 국무장관의 방중 결과를 놓고 보면서, 6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때 중국과 어떤 원칙에 합의할지 외교전략을 짜면 될 것이다.


다만, 지금 북한이 벌이는 외교전이 ‘발이 좀 빠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전체주의 사회는 민주주의처럼 ‘협의 운영제’가 아니니까 발이 빠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면 효율적인 시스템이긴 하지만 결정적 실수가 많다. 김정일이 2002년 방북한 고이즈미에게 아무 생각 없이 ‘납치자 숫자’를 내뱉었듯이…자신이 평소에 익숙하게 하던 짓이니까, 김정일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한 것 뿐이었다.


그래서, 역사는 오랫동안 누적된 필연적 요인들과 우연적 요인이 어느 순간 합쳐지면서 대단위 변혁의 순간을 맞는 것이다. 다만 그때까지 대한민국이 실수를 하면 안된다.


북한이 방사포 또는 유도탄 성격의 발사체를 사흘간 동해로 쐈다. 한미 군 당국은 300mm 대구경 방사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300mm 대구경 방사포가 확실하다면 안보상 대응조치가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발사체가 유도탄(미사일)인지, 대포(방사포)인지는 크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한반도 및 동아시아 정세는 곧 치열한 외교전에 들어갈 것이다. 북한은 돌아가는 정세가 자신의 마음에 안 들면 또 벼랑끝 긴장고조로 갈 것이다. 외교전은 총성 없는 전쟁이다. 외교관들은 피를 흘리지 않을 뿐 최전선에 나가는 군인들과 똑같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최룡해의 갑작스런 방북 소식을 접하고 보니, 발사체를 쏜 배경이 오래된 모택동 전술인 ‘성동격서(聲東擊西)’ ‘타타담담(打打談談)’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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