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조만간 핵 프로그램 신고서를 6자회담 참가국들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 측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도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설비들이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신고.불능화 이행에 대한 상응 조치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대 적성국교역법 적용의 종료를 내건 미국은 북한 핵프로그램 신고의 완전성과 정확성을 두 상응조치 이행의 핵심 전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신고 목록 중에서도 북이 추출한 플루토늄의 총 양과 2002년 제2차 북핵위기를 몰고온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UEP) 의혹 규명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특히 UEP 의혹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미측은 그간 북한이 해외에서 조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각종 UEP 관련 물자.설비에 대한 북측의 납득할 만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이들 물질을 도입해 사용한 경위를 설명하고 만약 우라늄 농축과 무관하다면 증거를 들어 입증하라는 것이 미국 요구의 핵심인 것이다. 만일 증거를 통해 핵프로그램과 무관함을 입증할 수 없다면 조만간 제출할 핵프로그램 신고 리스트에 포함시키라는 것이 미국 입장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워싱턴 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지난 10일 북한이 핵무기 제조를 위해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할 의도가 없었음을 미국측에 입증하려 하고 있고 이와 관련된 증거도 제시하고 있다고 보도, 북.미 간 활발한 협의가 진행중임을 짐작케 했다.
UEP 의혹과 관련, 북측이 도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설비는 원심 분리기와 그 소재인 고강도 알루미늄 관 등이 꼽힌다. 북한은 지난 9월 미측에 러시아 업자로부터 고강도 알루미늄관 140t 가량을 수입한 사실 자체는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원심분리기의 경우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작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북한이 칸 박사 네트워크를 통해 20여개를 수입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국제적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자서전에 따르면 칸 박사는 북한에 ‘거의 20개'(nearly tow dozen)의 원심분리기와 유량계, 원심 분리기에 쓰이는 특수한 기름 등 물자와 관련 기술을 지원한 것으로 돼 있다.
북핵 신고의 중대 쟁점은 북한이 이 같은 물자들을 신고 목록에 포함시킬지 여부와 해명에 필요한 증거를 제시할지 여부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북측이 핵프로그램과 무관하다는 논리 하에 조달한 설비들을 신고 목록에 포함하지 않으려 하고 결백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는다면 신고 문제가 의외로 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소식통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12일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문제와 맞물려 북핵 프로그램 신고가 매우 복잡하면서도 중요하다”면서 “핵프로그램 뿐 아니라 핵개발 관련 설비 조달 등을 포함한 핵활동 전체에 대해 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