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가 해외에 위장망명을 신청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은 6일 외교통상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해외에서 난민신청한 우리 국적보유 탈북자, 소위 위장 망명자들이 국내로의 귀환에 필요한 여행증명서, 단수여권을 발급한 건수가 최근 5년간 109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발급 공관별로 보면 주영국 대사관이 총 9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주로스엔젤레스 총영사관 10건, 주애틀란타 총영사관 3건, 주프랑스대사관 3건 등이다.
탈북자 본인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탈북자임을 스스로 밝히며 재외공관에 한국 귀환을 위한 여행증명서나 단수여권 발급을 신청하는 이같은 사례는 해외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후 현지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국내로 귀환하거나, 난민신청을 했다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가 해당한다.
홍 의원이 재영조선인협회의 도움을 받아 재영탈북자 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향후 ‘한국으로 귀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20%(18명),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24.7%(22명)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들의 영국 입국 경로와 관련해서는 중국에서 1년 이하 체류했다는 답변이 47.7%(43명), 제3국에서 1년 이하 체류했다는 답변이 65.8%(54명)으로 나타났다. 또 망명 신청 후 허가를 받기까지 1년 이하의 시간이 걸렸다는 답변이 87.6%(78명)로 북한에서 탈북해 중국과 제3국을 거쳐 영국 난민신분을 취득하기까지 대다수가 3년 이내의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으로의 망명 이유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이유 26.2%(36명)가 가장 많았고, 사회보장제의 이유가 24.8%(34명), 교육(본인 및 자녀)의 이유가 21.8%(30명), 경제적인 이유 20.4%(28명)가 그 뒤를 이었다.
취업과 관련해서는 ‘하고 있다’는 응답이 50.5%(49명)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 49.3%(41명)보다 조금 높았다.
언어에 대한 탈북자의 부담은 취업에 대한 어려움으로 나타났다. ‘귀하를 채용하고 있는 고용주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58명 중 42명(72.4%)이 재영 한국교민이라고 답했다.
이 외에도 영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다시 한국으로 귀화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홍 의원은 이와 관련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경험이 있는 탈북자들이 사회보장, 교육, 의료 등 모든 면에서 나을 것이라는 기대에 의해 선진국 행을 택했다”며, 그러나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탈북자가 제대로 정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상황을 모른 채 탈북자들이 위장망명을 선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이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 의원은 또한 통일부가 위장 망명자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위장망명자들의 망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현지에 정착도, 한국에 오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면서 “이들은 분명 법을 어겼고 단죄는 해야겠지만 이들을 보호하는 것도 우리 정부가 해야할 몫”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은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연락이 안 되는 북한이탈주민들의 경우 마땅한 대책이 없다”면서 “이들에 대한 정부의 관리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 의원은 “현재 정착지원법에 의하면 국내 입국 5년 내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해서는 거주지 신변보호 담당관들에게 반기보고의 의무가 있다”면서 “북한이탈주민들이 전화번호를 바꾸거나, 거주지를 옮겨 연락 두절이 되는 경우 신변보호담당관들이 그 상황을 조치할 수 있는 지침이나 매뉴얼이 없다”며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