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존엄’ 중시 김정은, 김여정에 선전선동부 맡길 수도”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27)이 실명으로 공식 활동에 나서면서 향후 정치적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김여정은 김정일 시대 권력 공고화를 위해 보좌 업무를 맡았던 고모 김경희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조선중앙TV는 지난 9일 김정은 체제 들어 처음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 선거 투표소 소식을 전하면서 김여정을 ‘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으로 호명했다. 김여정이 김정일의 장례식 등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지만, 공식적인 직함과 이름이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 체제 3년차를 맞아 김여정이 공식 석상에 등장한 것은 작년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유일한 혈족인 고모 김경희가 두문불출한 상태에서 김경희를 대신해 김 씨 일족(一族)의 정치적 위상을 부각하는 일을 직접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정일 시대에 김경희가 1987년 당 경공업부장을 맡기 전까지는 공식 활동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김여정의 ‘공식 데뷔’가 다소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김경희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상황에서 김여정이 등장한 만큼 그의 향후 정치적 위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먼저 이번에 북한 매체를 통해 김여정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이라는 직함으로 소개된 점을 볼 때 향후 당 서기국에서 정치적 역할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뒤에서 김정은을 보좌하는 일을 했던 만큼 최고지도자에게 보고서를 올리는 일을 직접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김여정은 당 선전선동부에서 직책을 수행할 수도 있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 김정은 체제가 전대(前代) 최고지도자들이 구축한 우상화 작업을 하기 위해 일족을 직접 투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조직지도부 직책 수행 가능성은 김여정이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의 외곽조직인 조선민주주의여성동맹(여맹) 등에서 조직 관리와 주민들 직접 관리 및 사상교육을 수행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북한에서는 미혼자인 경우 여맹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에 결혼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김여정이 이 같은 역할을 맡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에 대해 한 고위 탈북자는 10일 데일리NK에 “김정은이 부인인 리설주를 공식 등장시킨 것은 ‘자신은 더 이상 어린 지도자가 아닌 어버이’라는 점을 선전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김여정은 백두혈통을 더욱 부각하기 위해 이번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통해 등장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경희가 하던 경공업 분야를 맡겨 외화벌이를 통해 충성자금을 확보하는 역할을 직접 맡길 가능성이 있다”면서 “‘최고 존엄’을 중시하는 김정은이 김여정에게 선전선동부를 맡겨 우상화 선전과 당 간부들의 동태까지 보고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