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인민회의서 ‘김정은式’ 통치시스템으로 재편되나?

김정은 시대 첫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가 하루(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회의에서 내각의 기능을 강화하는 권력구조 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집권 초기 김일성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려 ‘김일성 따라하기’를 했던 것에서 벗어나 김정은 시대의 정치 체제를 본격화할 것이란 지적이다. 

김정일도 김일성이 사망한 후 처음 열린 1998년 9월 제10기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에서 ‘김정일 시대’ 출범을 공식화했다. 당시 회의에서 북한은 헌법 개정을 통해 김일성 시대의 산물인 ‘주석제’와 ‘중앙인민위원회’를 폐지하면서 김정일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가다. 

김정일은 명목상 국가수반으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직을 신설했고, 북한 최고 행정 집행기관인 정무원을 내각으로 교체해 위상을 강화했다. 또한 헌법 개정을 통해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던 국방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대폭 강화하면서 ‘선군(先軍)정치’를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역시 이번 회의를 통해 변화된 북한의 대내외 상황에 맞게 국가통치 시스템을 재편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일성 시대 중앙인민위원회, 김정일 시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를 만들어 유일지배체제를 강화한 만큼 김정은도 국가통치 시스템을 바꿔 ‘유일영도체제’를 강화하려 한다는 것.

김정은은 지난해 3월 31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했지만 1년 동안 이렇다 할 경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 인민경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박봉주 내각 총리를 경질하고 새로운 인물을 등용할 수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인민경제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체제 위협으로까지 올 수 있기 때문에 인물에 변화를 줘 경제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이며 김정은이 직접 챙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김정은이 자신의 스타일대로 새로운 통치 기구를 설립할 가능성도 있다”며 “외교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더라도 경제와 국방을 본인이 직접 챙기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경제문제를 강조하고 있으며 경제회복을 통해 정권의 정통성과 명분을 얻으려 하고 있기 때문에 박봉주 내각 총리를 중심으로 안정성에 바탕을 둔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내각에 얼마만큼의 실질적인 자원분배와 힘이 실릴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고 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박봉주가 이번에 내각 총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설(說)은 있지만 현재 박봉주는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김정은이 이번 회의를 통해 대외적으로 북한이 정상국가임을 선전하기 위해 명목상 국가수반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직을 폐지하고 새로운 기구를 설립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주목을 끌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다른 국가에 축전을 보낼 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명으로 보냈지만, 최근 촘말리 사야손 라오스 국가주석 생일 축전과 시리아 3·8혁명 51주년 축전 등에는 김정은의 명의로 된 축전을 보내면서 이러한 관측이 힘을 받는다. 

다만 전문가들은 상임위원장직을 폐지하면 김정은이 외교 전반을 챙겨야 하고 외부에 자신의 신변을 자주 노출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폐지 대신 인물 교체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1998년부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아온 김영남은 올해 86세로 고령이다.

이와 관련 정 수석연구위원은 “김영남 위원장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시나리오, 고령의 김 위원장 대신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면서 “김정은이 김일성을 흉내 내어 상임위원장을 폐지시키는 시나리오도 추측해 볼 수 있지만, 김정은이 외교 전면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