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인민회의서 경제발전 추동할 기구 개편 가능성 높아”

북한은 오는 9일 새로 구성된 제13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를 개최한다. 북한은 지난달 9일 김정은 체제 첫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진행, 전기(前期) 대비 10% 증가한 대의원 55%를 교체했다. 교체비율 폭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변화’보다는 ‘안정화’에 초점을 맞춘 것.

최고인민회의는 헌법상 입법권을 갖는 북한의 최고 주권기관으로 법률의 제·개정, 대내외 정책의 기본원칙 수립, 국방위원회 위원장·부위원장·위원의 선거 또는 소환, 내각 총리의 선거 또는 소환, 경제발전계획 보고서 심의·승인 등을 담당한다.

그러나 최고인민회의의 실상은 거수기에 불과, 최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우상화 사상 교양’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번 회의에서도 김정은을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재추대해 ‘유일영도체계’ 확립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지난 2009년 4월 9일에 진행된 12기 1차 회의 때 정오 12시에 ‘중대 방송’을 예고한 뒤 김정일을 국방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추대한다는 내용을 발표, 국방위의 권한과 지위를 크게 강화한 바 있다. 

◆경제개혁 담은 메시지 나오나?=이번 회의에서 집권 3년차를 맞는 ‘김정은 체제’의 강화를 시도하고 2014년 ‘사회주의 강성국가’ 달성 목표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될 수 있다. 또 올해 신년사를 통해 ‘경제 발전’을 강조한 김정은이 ‘경제개발구’ 등을 강조하면서 관련 법령을 개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경제발전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구를 개편하거나 새로운 기구를 구성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북한이 최근 조선신보를 통해 ‘지난해 3월부터 생산단위의 독자 경영체제 도입’을 확인한 만큼 이번 회의를 통해 ‘새로운 경제관리개선조치’ 이른바 ‘6·28방침’에 대한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것.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이번 회의 때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경제 관련 개각 개편으로 볼 수 있다. 경제개선조치에 대한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 대북 전문가도 “김정은이 경제 발전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를 추동할 기구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중국 등 외부에 ‘개혁개방’에 대한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도움을 얻겠다는 의미로, 의미있는 정책이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장성택 공백 누가 메우나…김영남 교체?=작년 12월 장성택 처형과 측근들의 숙청으로 인한 공백은 ‘김정은 시대’ 뜨고 있는 신진세력으로 채울 것으로 보인다. 국방위에서 장성택(부위원장)이 처형됐고 위원인 리명수 전 인민보안부장, 백세봉 제2경제위원장은 지난 9일 선출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방위에 김정은 체제의 군부 핵심이자 이번 대의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리영길 총참모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서홍찬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김수길 총정치국 조직담당 부국장,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 조경철 보위사령관 등이 포진할 가능성이 높다.

또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15년 만에 교체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은 올해 86세 고령으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릴지에 대해서도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당··정에서 구(舊) 시대 인물을 새로운 인물로 인사교체를 단행하고 있는 김정은이 세대교체 차원에서 김영남 대신 강석주 내각 부총리를 상임위원장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다.

◆대남·대미 어떤 메시지 담을까?=북한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이후 한동안 대남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그러다가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된 2월 중순부터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이더니, 최근에는 각종 선전매체를 동원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명을 언급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노동신문 등 매체를 통해 ‘자위적 핵 억제력을 강화’를 주장하며 “미국이 대북적대시 정책, 인권 간섭을 포기하지 않을 시 무력대응을 강행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으로 언급한 만큼 이번 회의에서 대남·대미에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대북전문가는 “전민(全民)이 총대를 메고 가겠다는 식으로 외무성의 핵실험 관련 발언을 지지하는 결정서를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군대만을 중심에 두는 게 아닌 민생과 경제를 챙기면서 통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김정은이 핵-경제 병진노선에 보다 부합하는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수석연구위원도 “핵-경제 병진노선을 강화할 것을 재천명하고 최고인민회의는 이를 지지하고 찬동한다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