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화폐개혁에 따라 발행한 새 5천원권은 화폐개혁을 기념하기 위해 ‘기념품’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북한 내 소식통이 전해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새롭게 발행된 지폐 중 5천원권은 화폐개혁을 맞이해 만든 기념품같은 형식이라는 은행 부기원의 설명을 들었다”며 “시중에 나오기보다는 이번 새화폐 발행에 맞춰 1회에 한해 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새 화폐 5천원권의 가치는 북한이 이번 화폐개혁으로 100대 1 수준으로 화폐 가치를 낮췄기 때문에 구화폐 50만원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구화폐에서도 5천원권이 가장 고액권이기는 했지만, 화폐개혁 이후의 수준으로 보자면 50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 내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초고액권인 셈이다.
전문가들도 북한이 일반 상거래에서는 사용될 수 없는 초고액권을 발행한 것은 실제 유통의 성격보다는 화폐개혁의 상징성을 담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장은 “북한 주민들의 소득 수준을 감안했을 때 실제로 그 정도 가치의 돈이 필요했다기 보다는 상징적인 성격이 강하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5천원권을 비롯한 고액권 발행에 대해 “북한 내 화폐를 100대 1 수준으로 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절하) 하긴 했지만, 이제는 북한 내 화폐 유통에 고액권이 필요한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며 “북한 당국은 10만원까지를 화폐 교환 한도로 정하고 있는데, 이 10만원도 큰 규모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화폐개혁은 비공식 경제를 공식 경제로 편입시키는 목적이 더 크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짓기는 어렵다”며 “초고액권 발행으로 인플레이션 유발 가능성을 점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수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화폐 개혁을 상징하는 의미로 발행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초고액권이 실질적인 인민 경제생활과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위원은 “일반 상거래에서는 이 정도의 큰 액수의 돈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용도가 분명치 않지만 개인이 보유하기에는 힘든 돈이기 때문에, 사장(死藏)되는 돈이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