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남북관계’ 변수 부상

남북문제가 18대 총선에서 표심을 흔들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문제는 지난해 대선에서 `경제’ 이슈에 묻혀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북한이 총선을 앞두고 김하중 통일부장관의 발언을 문제삼아 개성공단에 파견된 남측 요원들을 추방하고 서해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잇따라 강수를 두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은 `북핵 문제가 타결 안되면 개성공단 확대는 어렵다’는 김 통일장관의 지난 19일 발언을 문제삼아 개성공단 남북경협사무소 남측 요원 11명을 철수토록 한 데 이어 28일 서해상에서 단거리 미사일 수발을 발사했다.

정치권은 북한 당국이 강경조치를 잇따라 내놓는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이번 사태가 `북풍(北風)’으로 확산돼 총선 판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예의주시했다.

북한의 강경 조치는 남북 평화이슈를 자극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 상호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남측 보수층을 자극해 표를 결집시키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결국 총선에 나타나는 여파는 `제로섬’ 게임일 것이라는 게 여야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청와대도 “통상적인 훈련으로 보인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차분하고 유연한 대처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한반도 안보 문제가 가진 민감성과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 때문에 정치권은 연거푸 터져나온 이번 사태를 매우 신중하게 다루는 모습이다.

우선 한나라당은 북측의 행보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과민반응에서 비롯된 `길들이기 전술’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북핵 선(先)폐기’ 원칙을 천명한 뒤 곧바로 북측의 도발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가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부의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경제 안정론’을 바탕으로 과반의석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야당측이 정부의 대북정책을 문제삼으면서 총선구도를 흔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조윤선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지난 대선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총선에서도 북한이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지는 않은 지 심히 우려된다”며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 대변인은 전날 개성공단 남측요원 추방조치에 대해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남북한이 서로 상생하는 실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으로 남북관계를 이끄는 것”이라며 “야당도 옛날의 관행과 타성에 젖어 정치공세를 취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총선에서 `북한 변수’가 꼭 한나라당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면서 “무엇보다도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으로 흐를 경우 향후 정국을 운영하는데 차질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북한의 연이은 강경조치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상호주의에 대한 불만의 표시일뿐 아니라 남북간 대화 채널 복원과 대북 쌀 지원을 촉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남과 북 양쪽에 신중한 대응을 요청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북한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되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자칫 잘못하면 지난 10년간 국민과 함께 쌓아온 남북화해교류의 공든 탑이 무너질 우려가 있는 만큼 남도 북도 민족문제를 놓고 감정대립이나 실험적 행동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 대변인은 또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 긴장완화를 명시한 남북기본합의서와 2007년 남북정상선언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북측을 비판한 뒤 “우리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말고 대북화해협력정책기조를 분명히 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북한은 어떠한 경우에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사업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도 성명을 통해 “우선 북한은 남북간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와 함께 정부 당국도 합참의장의 북핵 선제타격과 통일부 장관의 북핵 선(先)해결 등의 발언이 북한당국에 빌미를 주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위기관리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의 적절치 못한 발언은 지난 10년간 발전된 남북관계의 기저를 근본부터 흔드는 것이며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 시켜준 것”이라며 “남북관계를 악화시켜서 경제를 어떻게 살리겠다는 것인가. 한반도 정세가 악화되면 우리나라의 국제신인도가 하락할 것은 자명한 일”이라며 정부당국자들의 신중한 언행을 주문했다.

총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북한의 이번 행동이 조금이라도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면 우리로서는 `노땡큐'”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