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버리고 투항해” 말하기 위한 영어?

▲ 영어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

영어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북한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외국어다.

1964년 1월 노동당 중앙위원회는 외국어교육을 장려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해 3월, ‘외국어 교수를 강화할 데 대하여’라는 ‘내각결정 제17호’를 공포하여 외국어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러시아어 외에 다른 외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허용되었고 과목표시도 ‘로어’에서 ‘외국어’로 변경됐다. 영어가 제1외국어로 러시아어와 병행하여 가르쳤으며 제2외국어가 권장되었다.

미국이라면 치를 떨고 반미 사상과 미 제국주의자를 증오하는 적개심을 키우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쓰던 북한이 제1외국어를 영어로 정했을까?

이는 김일성의 교시에 의해 이루어졌다. 교시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 일본과 싸울 것을 각오해야 한다. 영어와 일어를 몇 마디씩은 알고 있어야 한다. 한마디도 모르면 앞으로 전쟁마당에서 적들을 붙잡아 놓고도 처리하기 곤란하다. 영어와 일본말로 ‘손들어’ ‘총을 버리고 투항하면 쏘지 않는다’ 등 간단한 군사용어는 할 줄 알아야 한다.”

1980년대 들어 영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자 1986년에는 소학교 4학년부터 영어를 실시하게 됐다. 1980년대 말 동구권의 몰락으로 러시아어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감소되었다. 따라서 1991년부터 영어를 제1외국어로 채택했다.

북한의 영어교육 목적과 내용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우리는 ‘의사소통 능력을 함양하여 외국문화를 수용하고 우리 문화를 발전시키고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다른 나라 말도 조선혁명 위하여 배운다’

반면에 북한의 영어교과서 머리말과 본문 곳곳에 ‘학생들은 다른 나라 말도 조선혁명을 위하여 배운다’고 쓰여있다. 또한 중학교 6학년 영어교과서 마지막 단원은 김정일의 주체사상에 대한 연설문을 발췌하여 싣고 있다. 즉 북한의 영어교육은 과학기술에 대한 정보를 익히고 주체사상이 투철한 혁명적 인간으로 개조하기 위한 수단이다.

북한 영어교과서의 특징은 언어 상황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Tom’과 ’Mary’를 제외하고는 모두 북한사람들끼리 영어로 말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실제 언어 상황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인위적인 상황들로 되어있다.

외국인이 등장하는 언어 상황은 미국, 영국을 비방하는 단원과 이야기 단원뿐이다.

소재로는 수의 덧셈과 뺄셈을 영어로 하는 단원, 농촌생활, 실업자와 인종차별, 노동착취, 국가생활, 주체사상 등을 사용하고 있다. 영어교과서는 김일성ㆍ김정일 우상화, 남한과 미국에 대한 왜곡과 비방, 공산주의 도덕 강조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다음은 중학교 5학년 교과서 서두에 실린 ‘Song of General Kim Il Sung(김일성 장군의 노래)’이란 영시 중 1연부분.

Bright traces of blood on the crags of Jangbaek still gleam,
Still the Amnok carries along signs of blood in its stream,
Still do these hallowed traces shine resplendently,
Over Korea ever flourishing and free.
So dear to all our hearts is our general’s glorious name,
Our own beloved Kim Il Sung of undying fame.

강창서 대학생 인터기자 kcs@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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