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세력 왜 침묵하나?…잘못 했으면 반성이라도 해야”

▲ 22일 (사)시대정신 주최로 열린 ‘광우병 파동의 재조명 토론회’ 서 이재교 인하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NK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세력이 현재 자신들의 행동에 침묵하고 있는 것은 매우 비겁한 일이며, 이제라도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 (사)시대정신이 주최한 ‘광우병 파동 재조명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교 인하대 교수(법학전문대학)는 “촛불시위 주도세력은 아직도 미국산 소고기가 광우병 때문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식으로라도 행동을 이어가야 마땅하다”며 “만약 오해였다고 생각한다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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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거짓과 광기의 100일’ 제목으로 진행된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이재교 교수는 지난해 촛불시위 사태를 “사회학자, 정치학자, 법률전문가, 일부 언론 등이 왜곡된 정보를 국민들에게 마구 쏟아낸 탓”이라고 규정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사태에서) 내 편이 유리하다면 자신의 전문지식과 어긋나더라도 거침없이 주장하는 지식인들이 득세했다”며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광우병시위에 적극 참가하였던 사람들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는 이날 ‘광우병 파동과 대책회의’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대책회의는 표면상 한미간 재협상을 주장했지만, 막상 재협상에 의해 그들의 요구조건이 상당히 관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촛불시위를 50여 일 더 끌고 가 대중들은 다 빠져나가고 자신들만 남는 처절한 종말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홍 이사는 이어 “지난해 6월 21일 이후 약 50일 이상 더 지속된 집회의 후반부는 대책회의의 고집에 가까운 선택에 의한 ‘집회를 위한 집회’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 정부를 끌어내린다는 대책회의 내의 일부 강경노선 또한 비조직화된 대중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촛불시위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라는 주제에서 벗어나 反정부투쟁 목적으로 변질되자, 점차 대책회의 관계자들만의 투쟁으로 축소되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이사는 또 “지난해 6월 10일과 같은 최대 집중점에 대거 참여했던 사람들은 80년대와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에 직간접으로 참여했던 경험자들”이라며 “이 외에도 민노총, 공기업 종사자들의 가족들, 화물연대 등의 특정 이해집단들이 촛불시위의 공간을 변질시키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홍성기 아주대학교 대우교수는 ‘촛불시위 1년 후의 반성’이라는 주제발표에서 “발생과정에 본다면 (광우병 사태는) 민주주의를 진보시켰다고 보기 보다는 오히려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했다”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우리사회의 이념집단·이익집단들은 특정세력을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사회에서 축출할 것을 대중에게 권유했고, 대중들이 그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민주주의 기본 원칙이 심각하게 왜곡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촛불시위가 보여준 광기를 지적하며 “한국의 민주주의가 결코 생각만큼 튼튼한 기반위에 서있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에 알려준 셈”이라며 “공적 권위가 붕괴되고 사적 권위가 난립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유한상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허문영 동아일보 국제부차장,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이 토론자로 참여해 지난해 광우병 사태에서 나타난 정보의 왜곡과 향후 대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