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학교 ‘통일교육’ 이대로 놔둘 것인가

한국전쟁 57주년을 맞아,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남여 1005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6.25전쟁이 언제 발발했는지 알고 있는가’란 질문에, 38.2%가 ‘모른다’고 답하거나 연도를 잘 못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분은 어디에 속하는가? 61.8%인가, 아니면 38.2%인가? 다음 문제를 풀어 보자.

문제) 6.25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 그 연도를 고르시오.

① 1948년 ② 1949년
③ 1950년 ④ 1951년
⑤ 1952년

조사 결과 대로라면, 열 명 중 네 명 가까이가 이 문제의 정답을 제대로 모른다는 말이다.

얼마 전, 한 일간지가 서울시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는 좀 더 심각하다. 6.25전쟁을 조선시대에 일어난 전쟁으로 알고 있는 학생이 37.8%였고, 5명중 1명은 6.25전쟁을 ‘일본과 우리나라가 싸운 전쟁’이라고 알고 있었다. 물론, 6.25전쟁의 원인과 결과를 초등학교 6학년이 돼서야 배우는 현행 교육과정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왠지 ‘이건 아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와 같은 당혹스러운 결과는 통일교육의 양이 크게 부족하고, 그 질이 낮기 때문이다.

분단과 통일, 그리고 북한에 대한 교육을 초등학교 4학년으로 앞당기고, 그 내용도 대폭 보강해야 한다. 향후 10년에서 15년까지, 우리 사회와 한반도의 진로를 좌우할 핵심 변수는 ‘북한 문제’이고, 그 격변을 온 몸으로 감당해야 할 세대들이 바로 현재의 초중등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분단’과 ‘전쟁’의 와중에 건설되었고, 분단 이후 지금까지 대결과 경쟁의 눈보라를 헤쳐온 나라다. 국가의 존망을 걸고 이념 경쟁과 군사 대결을 지속해왔던 한국은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모든 사회 시스템을 그에 맞게 설계해왔다.

그런데, 대결과 경쟁의 당사국이었던 북한이 회복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체제 위기에 접어들었다. 사회주의 진영이 몰락하면서 북한 체제를 떠받치던 국제적 환경이 사실상 사라졌고, 수령독재사상과 군사력, 외부의 지원으로 근근이 지탱하고 있는 김정일 수령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와 같은 한반도 정세는, 한국사회와 한반도가 분단 시대에서 통일 시대로의 근본적 변혁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물론, 한국 사회의 시스템 변화는 이념과 체제 대결이 사실상 종결된 사회주의 진영의 몰락 시점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 변화는 남북한의 관계가 이념적 군사적 관계를 청산했을 때, 북한이 민주화와 시장경제체제로 나아갈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통일 시대를 성공적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통일 시대를 끌어갈 사람을 준비해야 하며, 사람을 준비하는 사업은 (통일)교육에서 시작된다.

최근의 조사 결과는 ‘평화’를 강조해왔던 현 정부의 통일 교육이 갖고 있는 치명적 약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부가 자신의 통일 정책을 홍보하고 선전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정작 통일의 주역들에게 가르쳐야 할 가슴 아픈 분단의 역사와 무너져 내리는 북한 수령독재체제의 실상을 빼먹었다.

김정일 독재는 통일의 동반자가 아니라는 민주주의적 원칙과 북한의 민주화가 곧 한반도 통일의 전제이자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는 ‘통일의 길’도 가르치지 않았다.

이러한 교육으로는 김정일 정권의 붕괴나 북한의 민주화 같은 한반도 정세의 급변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세대를 양성할 수 없다. 북한 민주화 이후, 한반도 통일 국가 건설이라는 복잡하고 섬세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얻을 수 없다.

다음 정부는 통일교육의 양을 늘리고, 그 질도 높여야 한다. ‘통일 교육’의 근본정신과 목표, 내용과 방식을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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