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파견 ‘北 노동자 인권’ 국제사회 쟁점 조짐

▲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는 북한 노동자들 ⓒ연합

지난 5일 미 국무부가 발표한 ‘2006 인신매매보고서’에서 북한의 해외 수출 노동자의 인권문제가 불거지자, 국제 인권단체들이 북한 근로자들의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이들의 해외 고용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러시아와 중국, 동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 저임금 노동자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체코에 근무하고 있는 3백여 명 이상의 북한 노동자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의 소리 방송(VOA)은 7일 “체코 인권 단체들이 북한 노동자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이동의 자유가 없을 뿐 아니라 과다한 노동시간, 그리고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이 대부분 근로자들이 아닌 북한 정부로 들어가는 점을 지적한다”고 보도했다.

체코 인권단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재단> 이고르 블라제빅 씨는 이날 VOA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은 감시와 통제 속에 매우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면서 “시대만 달라졌을 뿐 이들은 현대판 노예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체코 인권단체들은 궁극적으로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체코 회사들의 북한 노동자 채용을 허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한 이들은 북한 노동자 문제를 오는 19일 출범하는 유엔인권이사회의 북한 관련 의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체코 내 북한 노동자 인권문제가 논란이 되자 체코 당국은 북한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에 대해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체코 당국은 법규를 위반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 당국의 발표에도 논란이 가라안지 않자 체코 정부 산하 인권위원회가 나서 자체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코 인권단체, 북한 파견 노동자 ‘현대판 노예’

그러나 체코 언론인 마리 제링코바 씨가 LA타임스 기자와 함께 북한 감시원의 틈을 벗어난 상태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 재봉사는 “체코 공장의 일을 좋아하지 않으며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체코-북한신발합영회사’ 사장을 2년간 지낸 김태산(2002년 입국)씨는 “북한 여성들은 3년간 체코 노동자들과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임금도 받지만 월급 50달러 중에 70~80%를 북한 정부가 뺏어가고 한달에 10~13달러로 생활 한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여성 노동자들이 돈이 없어 물어 불린 뒤 1시간 정도 푹 삶아 손가락처럼 굵어진 마카로니를 주로 먹고 산다. 극심한 영양실조로 여성으로서의 정상적 생리활동도 힘들 정도”라며 북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폭로했다.

<이주온라인>의 카넥 씨는 “체코가 이러한 현대판 노예 상황을 허가한다는 것은 인류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는 동시에 체코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라며 “체코의 많은 인권단체들은 근로 조건과 임금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을 막아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태산씨는 “비록 그들이 (서구사회 관점에선)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는 것이지만, 북한 내부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환경에 있는 것”이라며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먹어살려야 하는 것이 그들의 생존 이유”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인권문제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큰 틀에서 봤으면 좋겠다”며 북한체제 변화라는 근본적 변화 없는 이러한 단편적 접근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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