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니, 한미동맹-주한미군 주둔 역설 배경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27일 한국전 정전 53주년 기념사의 핵심화두는 ’한미동맹 중요성’과 ’주한미군 계속 주둔’ 등 2제였다.

체니는 이날 기념사에서 “한반도 안정과 평화는 공고한 한미 군사동맹에 의해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지역 평화에 대한 미국의 약속, 우리 친구들에 대한 안보 약속은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국내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체니 부통령의 발언치고는 의례적인 외교적 수사에 불과했지만 북한 문제 등을 둘러싼 한미간 시각차 확산 등 시대적 민감성을 감안할 때 곱씹어볼 대목이 결코 적지 않다는 평이다.

특히 체니 부통령이 처음으로 한국전 기념행사 본 행사에 직접 참석해 기념사를 했고, 최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강화 등으로 한미관계가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 시점이라 이날 발언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체니 부통령은 백악관에서 한반도 외교정책을 주도하는 ’실세’로 알려져 있어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한반도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않다.

체니 부통령의 이날 발언의 핵심은 크게 보면 두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 공약은 결코 깰 수 없는(unbreakable) 것이고, 따라서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할 것이라는 얘기다.

다른 하나는 한미동맹은 숱한 논란에도 불구, 여전히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최근 미 의회에서 주한미군 감축 조정시한인 오는 2008년 9월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감축을 거론해온 점을 감안하면 체니의 이번 주한미군 계속 주둔 발언은 의미가 적지 않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쉬 연구원은 지난 11일 공화,민주당 의원들이 회람하는 한미관계 보고서에서 한국의 최근 태도를 비쳐볼 때 미 국방부가 2008년 9월 후 주한미군 추가 감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실제 미 국방부 관리들도 올해 봄 의회 증언에서 “2008년 8월 이후 대규모 감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한미간에는 전시작전통제권과 한미연합사 개편 문제로 이미 적잖은 내홍을 겪고 있는 터다.

북한 미사일 발사 대처 문제를 놓고서도 한미 공조가 삐걱거린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한미동맹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중국의 대 한반도 및 동북아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미일동맹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한미동맹은 약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런 민감한 시점에 체니의 발언은 어쨌든 한미간의 일부 시각차에도 불구,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유지하면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이 유지될 때까지 주한미군도 계속 주둔할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이 발언이 9월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의식한 외교적 수사인지 아니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감안,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지는 분명치 않다.

체니 부통령은 그러나 이날 기념사를 통해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일단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한국은 모범적 경제발전국가인 반면 북한은 암흑세계이고 억압받는 정권”이라는 것이다.

다만 체니가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나 6자회담 거부, 위폐 제조 문제 등을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북핵 및 미사일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할 우리 입장에선 무척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더욱이 체니 부통령은 최근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고집할 경우 ‘선제공격’을 가해야 한다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의 제의에 대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일축한 바 있다.

워싱턴 소식통들은 체니 부통령의 최근 일련의 발언은 한국과의 관계는 강화해 나가되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금융제재와 인권, 탈북자 등 다각적 카드를 통해 대북 압박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메시지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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