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개인기업소 운영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함경북도 청진에서는 개인이 선박까지 건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 이후 수산업의 발전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지만, 설비 및 자재 부족으로 고기잡이배 생산이 여의치 않았다. 이에 북한 당국이 민간 자본을 통해 활로를 뚫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개인들이 자신의 기술과 능력으로 (국영) 공장 기업소들에서 만들지 못하는 것들을 제조하고 있다”면서 “고기 잡는 선박의 경우 3t, 5t 규모는 개인(돈주)들이 투자해서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개인이 철과 재료들을 사들인 다음 인건비를 주고 배를 만드는 방식이다”면서 “웬만한 중소 기업소들에서 생산한 제품(선박)들보다 성능과 질이 좋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보통 조선소 규모가 영세하다. 이에 내수용 중소형 선박 위주로 생산하고 있다. 또한 군수 위주 정책으로, 민간용 선박 건조는 일부 수출용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글어스 위성사진을 통해 청진시의 고기잡이배 현황을 살펴본 결과, 배가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선소 이외의 다른 곳에서 선박건조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읽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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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소에 예산 및 자재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으면서 ‘자력갱생’을 강요해왔다. 기업소들은 당장 국가납부금, 자신의 생활비 및 기업소 운영비용 마련에 부담을 느꼈고, 돈주를 통해 기업소를 운영하는 방법을 꾀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방안은 청진의 수산사업 관계자들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움직임이다. 돈주를 이용해 고기잡이배를 만들 수 있다면 본인 사업 성과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개인이 만든 고기잡이배를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원래 배는 조선소에서 만들어야 하는데 요즘은 개인이 만들어 (북한 당국도) 좋아한다”면서 “국가가 허가해준(생산한) 것처럼 품질검사도 제대로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통일연구원에서 발표된 ‘북한 기업의 운영실태 및 지배구조(2016)’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국가납부금 상납과 사회적 동원만 이루어진다면 (개인기업소를) 문제 삼지 않는 ‘공모(共謀) 문화’가 자리 잡았다.
가짜 한국산 의류 제조·판매…”원단은 중국인 통해 들여와”
또한 청진에서는 개인이 집에 옷 가공 설비를 들여와 가짜 한국산 옷을 생산하고 이를 장마당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청진에는 북한 최대 도매 시장 중 하나인 수남시장이 있어 관련 제품들은 북한 전역으로 퍼져나갔을 가능성이 있다.
소식통은 “재단사들이 한국산 옷을 뜯어서 수치를 재고, 또 제작하는 데 필요한 천을 라진선봉(라선)에 가서 중국인에게 사 온다”면서 “이후 (구입한 천으로 한국 옷을) 모방해 만든 뒤 한국산이라고 속여 장마당에서 팔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개인들이 자기 집 창고에 일본산 덴요(Denyo) 발전기와 기계 설비를 갖추고 척척 생산하고 있다”면서 “(북한 당국은 개인의 옷 생산을) 아주 좋게 보고 있고 오히려 널리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본지는 지난해 9월 평안남도 소식통을 인용, 북한 당국이 개인이라도 능력 있고 돈이 있다면 제재하지 말고, 또 국가에 보탬이 된다면 활성화해야 된다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