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시 배급재개…주민통제 대폭강화

▲ 지원식량을 배급받는 北주민들

함경북도 청진에서 지난달부터 부분적인 배급제가 실시되고 있다고 복수의 내부소식통이 13일 알려왔다.

2000년 6·15정상회담 이후 청진에서 국가 배급 재개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배급제는 수해가 발생하기 이전인 8월 초부터 실시된 것으로 알려져 북한 식량난이 악화 일로에 있다는 일부 주장을 반박하는 주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해 이후 9월 초에도 식량 배급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도 함경북도 무산 등 일부 지방에 배급을 실시한 적도 있어 이번 배급이 10월 정상회담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부소식통은 이날 통화에서 “청진시가 돌연 지난 8월부터 식량판매소(과거 식량공급소)의 문을 열고 직장인들과 가족, 사회보장자(노약자·영예군인 등)까지 15일분의 식량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생일날에 주는 특별공급도 인민반이나 직장을 통해 공급해왔다. 식량판매소는 아예 문이 닫혀 있거나 중국 상품을 파는 상점으로 이용돼왔다. 그러나 다시 판매소를 통해 식량을 공급한 것은 장기적인 배급을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공급된 식량은 대부분 옥수수와 밀, 그리고 일부 입쌀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기계에서 쌀이 나오면 자루에 담아가기 때문에 북한에서 생산된 쌀인지, 한국에서 지원된 쌀인지는 확인 할 수 없다고 한다.

소식통은 “9월초에도 15일분이 공급되었고, 당국자들이 10월에도 공급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해 주민들이 반신반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동안은 수익이 있는 일부 공장에서만 소속 노동자에게만 배급을 실시해왔다.

배급제가 실시되면서 주민들이 먹는 문제는 일부 해결되고 있지만, 그동안 장사나 기타 생계활동에 대한 통제가 강화돼 불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청진에 거주하며 무역일로 회령에 나와있는 김모 씨도 “우리 공장도 매일 출근부에 어김없이 도장을 찍어야 하고 이유 없이 출근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 공장작업반장, 심지어 지배인이나 초급 당 비서까지도 나서 색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아침 독보(책이나 신문을 읽어주는 모임)는 물론이고 강연회와 각종 회의를 조직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라고 전했다.

또한, 자재와 전기사정으로 생산이 멈춘 공장들도 노동자들을 출근시켜 생산문화, 생활문화를 강조하며 건물보수와 청소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 씨는 “직장 출근 여부가 그날 바로 보고돼 이유 없이 며칠간 직장을 이탈하면 보안서로 끌려가는 일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장사로 먹고 살아온 사람들이 태반인 상황에서 가동도 되지 않는 직장에 묶어 놓으니 불만이 높다는 것. 일부에서는 “다시 옛날로 되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김 씨는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양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 나마 좀 풀어 놓은 덕에 장사나 각종 거간(중계) 일로 목숨이라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지금 같이 조이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에 절반 배급하면서도 이 정도인데, 앞으로 식량이 제대로 공급되면 얼마나 조이겠냐?”고 말했다.

북한의 배급 재개 배경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정일이 지난달 초 보름간의 함경도 현지지도에 맞춰 이뤄진 것이어서 김정일 방문 효과를 기대한 일시적인 조치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국과의 교류가 잦고 외국 상품과 문화가 확산되는 함경도에 대한 당국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지일 수도 있다.

지난해 입국한 탈북자는 박정철(가명) 씨는 “이번 식량공급이 오는 10월 남조선 대통령의 방문과 관련해 사회적인 불안요소를 잠재우기 위한 단기적인 공급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 동안 북한이 바닥난 전쟁예비물자도 충분히 쌓았고 국제사회의 투명성 확보 목소리도 높으니까 주는 시늉을 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배급제 복구 시도에 대해 “사회주의적인 원칙으로 복구하자는 시대 착오적 발상”이라며 “외부에서 계속 원조를 해 주기 때문에 복구를 시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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