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시 라남 사진관 사진사 한국 영화 유포 혐의로 체포

소식통 “영화 저장 알판과 메모리 구매 대학생, 군인도 조사”

평양 시내의 목란비디오 CD판매대(기사와 무관).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북한은 올 한해 비핵화를 위한 대미협상과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는 등 대외적으로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북중 국경을 엄격히 통제하고, 한류 등 비사회주의적 현상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대폭 강화해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달 초 함경북도 보위부가 청진시에서 외국 영상물을 대규모로 제작해 대여해온 사진관 운영자를 체포했다고 내부 소식통이 26일 알려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청진시 라남구역에 있는 라남 사진관 사진사와 종업원이 남조선(한국) 드라마와 외국영화를 알판(CD)과 (USB)메모리에 담아 몰래 판매하다가 이달 초 보위부에 체포됐다”고 말했다.

외국 영상물을 제작해온 사진관 운영자가 체포되면서 이들에게 영화를 구입하거나 빌려본 주민들도 보위부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이들은 남조선 드라마와 외국 영화를 몰래 판매하거나 빌려줘 돈을 좀 벌었다”면서 “요사이 사진이 잘 안돼 돈을 벌기 어려운 여건에서 소득이 많은 것을 수상하게 여긴 다른 사진관 사람이 보위부에 신고해 발각이 됐다”고 말했다.

보위부는 이달 초 이 사진관에 들이닥쳐 정식으로 발부한 가택 수색영장까지 보여주고 사진관을 샅샅이 뒤졌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숨겨 놓은 남조선 영화, 드라마, 심지어 홍콩, 미국 영화들이 담긴 CD 알판을 뭉텅이로 발견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들은 수사 과정에서 알판이나 메모리를 구입하거나 빌려본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보위부에 털어놨고, 명단을 확보한 보위부는 영화를 구입하거나 빌려본 대학생과 노동자, 일부 군복무를 하는 군인들까지 체포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많은 주민들이 영문도 모르고 보위부에 끌려가서 취조를 받다가 영화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당황하고 있다”면서 “조사를 받은 주민들은 앞으로 어떤 처벌을 당할지 몰라 두려움과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향을 떠나 외지에서 10년간 군복무를 하면서 고생한 군인들이 영화 한 편 본 것 때문에 사건에 연루돼 처벌을 받는 것에 분통해 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북한에서 한국 영화를 포함한 외국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평성 중덕고급중학교 6학년(우리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 5명이 한국 드라마를 보다 현장에서 발각돼 보위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유포한 사진사와 종업원은 북한 당국이 본보기로 중형에 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현지에서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