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서 일가족 행방불명… “최고존엄 훼손해 수용소행” 소문

김일성
김일성 사망 25주기(7월 8일)를 맞아 북한 주민들이 만수대 언덕을 찾았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함경북도 청진에서 일가족이 한꺼번에 사라진 사건이 발생했다고 4일 소식통이 전했다. 이들 가족은 한 달째 행방이 묘연한데, 현재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들이 최고 존엄 훼손으로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갔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는 전언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지난 7월 말 온 가족이 밤중에 갑자기 다 사라진 뒤 한 달가량이 지났는데, 인민반장조차도 그들이 사라진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데 최근에 이들 가족이 반동분자로 몰려 정치범수용소에 갔다는 소문이 조금씩 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행방불명된 일가족의 가장은 라남 도자기공장의 운전수로 이름만 걸어두고 실제로는 휘발유 등 여러 종류의 기름을 판매하는 장사 활동을 해왔다.

가장이 기름 장사로 꽤 큰돈을 벌어 독집을 3층까지 올려 짓고 살 만큼 겉보기에는 남부럽지 않은 가정이었지만, 이 집안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두고 있다는 남모를 속사정이 있었다고 한다.

지적 장애가 있는 아들은 이 집안에서 ‘골칫덩어리’로 여겨져 왔는데, 실제 이들 가족이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갔다는 소문의 근거도 아들에게서 비롯된 한 사건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소식통이 전한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평소 지적 장애가 있는 아들을 두고 장사 활동을 해야 했던 부부는 시장에서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영리한 꽃제비(부랑아) 한 명을 집에 데려와 아들을 돌보도록 했다.

부부는 밖에 나가 있으면서도 아들이 혹여 집안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늘 가슴을 졸였는데,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들이 집안 벽에 걸려 있던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박살 내고 이른바 ‘3대 위인’(김일성-김정숙-김정일)이 그려진 달력을 가위로 오려내는 등의 이상 행동을 보인 것.

이 일은 집에서 아들을 돌보던 꽃제비를 통해 보위부에 전해졌고, 이후 보위부가 집에 들이닥쳤을 때 쓰레기통에서 갈기갈기 조각난 3대 위인 초상 달력이 발견되면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 북한 당국은 김 씨 일가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 등을 훼손하는 행위를 국가 전복 및 최고 존엄 모독 행위로 간주하고 사안을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반국가 및 반민족 범죄에 대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는 북한 형법 조문을 보면 국가전복음모죄를 저질렀을 경우 최대 사형까지도 처할 수 있다. 최고 존엄 모독 행위에 대한 형벌은 성문화돼 있지 않지만, 무거운 처벌이 뒤따르는 중죄로 취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최고존엄 훼손을 엄히 다스리고 있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주민들은 일가족이 모두 수용소로 끌려갔을 것이라는 정황과 소문을 대체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다른 추측들도 있다”면서 “어떤 사람들은 ‘이들의 재산이 너무 많아서 잡혀간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갖기도 하고, ‘집을 3층까지 올린 것이 문제가 된다’고 말하는 간부들도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