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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6개 정당 중 처음으로 청와대의 ‘18대 국회 개헌 당론 추진’ 요청을 수용했다.
서혜석(사진) 대변인은 13일 “지난 11일 6당 원내대표 합의사항을 최고위원회에서 당론으로 확인했다”며 “필요할 경우 의원총회에서 추인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6개정당 원내대표의 개헌발의 유보 요청에 청와대는 12일 “늦어도 오는 16일까지 각 정당이 차기 국회에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당론을 정하지 않으면 18일 개헌안 발의를 예정대로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 열린당이 가장 먼저 화답한 것.
열린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타 정당들의 입장은 요지부동. 청와대의 요구를 두고 열린당과 나머지 다섯 정당이 패가 갈려 입씨름도 한창이다. 심지어 11일 ‘합의’ 해석에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단 열린당은 “이미 6개 정당 원내대표들이 모여 합의한 만큼 당론 추진은 문제가 아니다”며 타 정당들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다. 또 청와대가 ‘당론 추진 시 개헌 유보’라는 카드로 한 발짝 물러섰으니 정치권도 명분을 세워줘야 한다는 논리도 제기됐다.
한명숙 “개헌추진 공동선언” 제안
장영달 원내대표는 “6당 원내대표 합의안을 각 당에서 당론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확보해달라는 것은 국회의원을 해본 대통령으로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주장”이라며 “그것을 가지고 한나라당이 ‘못하겠다, 하겠다’고 싸움을 걸려는 양상으로 가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장 원내대표는 “우리가 18대 국회의원이 된다는 보장도 없는 터에 당이 이것을 확인해서 국민 앞에 내놔라 하는 요구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열린당 대권주자로 급부상 중인 한명숙 전 총리는 이날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각 정당의 의지가 국민에게 책임 있게 전달될 수 있도록 노 대통령과 각 정당 대표들이 만나 ‘개헌추진 공동선언’을 발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전 총리는 이어 “모처럼 마련된 국론통합의 기회가 헛되지 않도록 각 정당이 책임 있게 결단해야 한다”며 “노 대통령도 한미 FTA와 북핵문제 등 시급한 국가적 현안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정치권의 개헌발의 유보 요청을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양쪽에 양보를 촉구했다.
반면 한나라당을 비롯한 나머지 정당들은 “오기를 부리고 있다”고 맞섰다. 이미 6개정당이 합의한 만큼 굳이 절차를 밟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결코 대통령에게 끌려가지 않겠다는 태도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개헌문제는 이쯤에서 정리해야 한다”며 “바둑 프로기사들이 판세를 보고 안 되겠다 하면 돌을 던지는데 지금이 돌을 던질 때”라고 말했다.
열린, 한나라 ‘개헌 유보 합의’ 해석에도 차이
그는 “청와대가 요구한 조건은 그 동안 한나라당이 수 차례 밝힌 공식입장 속에 충분히 충족돼있다”며 “오늘 오후 의총에서 이를 재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경원 대변인은 “노대통령이 당론 채택 운운하는 것은 자신은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데 한나라당이 거부해서 국가의 미래를 망친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한나라당을 압박하는 것”이라며 “이제 더 이상 정치권에서 개헌 문제에 관해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피곤해한다”고 잘라 말했다.
통합신당모임과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도 당론채택에 난색을 드러냈다. 통합신당모임 양형일 대변인은 “대통령께선 6개 정파 대표의 서면약속 요청에 신뢰를 가져주기 바란다”며 “국회통과 가능성이 전혀 없는 개헌발의로 불필요한 정쟁과 갈등이 야기돼선 안될 것”이라고 했다.
정호진 민노당 부대변인은 “그 동안 줄곧 개헌 관련 입장을 밝혀 왔다”며 “지금 청와대의 태도는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의 오기”라고 힐란했고, 신국환 국중당 대표는 “청와대는 경제가 참 어렵고 현안도 많은데 국정 마무리에 전념하고 정치는 정치쪽에 맡기는게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