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통일인식 제고와 통일재원 마련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이후 통일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시각이 민족감정이나 공동체의식에서 벗어나 경제적 편익을 따지는 쪽으로 바뀌었다.

분단 장기화에 따라 북한 지역의 주민과 접촉한 적이 없는 청소년층에서는 그 현상이 보다 뚜렷해지고 있다. 통일교육을 통해 당위성에는 찬성하는 청소년조차도 통일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반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2012KBS가 실시한 성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기성세대와 차이를 보인다. 통일비용에 대한 청소년들의 불안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보다 앞서 통일을 이룬 독일의 사례를 보면 서독은 경제력이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통일 이전에 미리 재원을 준비하지 않고, 통행료·동독방문 비자수수료·환경 폐기물 처리 비용 등으로 동독 지원 재원을 충당해왔다.

갑작스러운 동독의 붕괴로 흡수 통합의 길을 걷게 되면서 엄청난 규모의 통일 재원을 마련하느라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또 통일 후 동서독 간 노동시장 통합·화폐통합·사회복지 지원 등을 하면서 예상보다 통일비용이 많이 들어가 2차에 걸쳐 <통일연대부가금>을 신설하고 기존의 세금에도 추가 부과금을 부가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확보하였다.

그 결과 국가 총부채가 증가하고 간접세 등 모든 조세분야에 부과금을 매기면서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의 조세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했고 통일세 징수와 관련해 저항과 위헌 논란이 지속되었다.

통일을 목표로 하지만 재원 적립이 충분히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우리와 독일이 비슷하다. 더구나 통일 이전의 서독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여건은 훨씬 좋지 않다. 남북한 간의 통일도 북한의 급변사태로 인해 독일처럼 급속히 흡수통합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우리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재원도 한정적이다.

물론 통일비용에 비해 안보 위협 감소나 노동력 확보 등 통일로 얻어지는 편익이 훨씬 크다. 또 북한지역 부동산에 대한 투자신탁이나 북한 국유재산의 민간매각으로 수익이 생기고 국채를 발행해 비용의 일부를 조달할 수도 있으나, 우리 국민들이 막대한 통일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은 틀림이 없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지금까지 발표된 많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 통일 이후 가장 크게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북한 주민들이다. 경제성장에 따라 생활수준이 크게 향상될 것이며, 정치적 자유도 지금보다 훨씬 많이 누리게 될 것이다. 북한 지역의 개발에 따라 일자리가 늘어나고 사유재산도 보호받을 것이며, 장기간에 걸쳐 남북한의 사회통합이 완전히 이뤄진다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의료 보장도 받게 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지역을 남한과 유사한 수준으로 발전시키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추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천문학적이며, 2500만 명의 생활비용을 새로 부담해야 하는 남한 경제는 크게 휘청거릴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급변사태에 따라 갑작스런 통일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통일에 필요한 재원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안정적인 국가 운영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남북협력기금 등 현재 마련 중인 재원은 그 규모가 아주 작고 남북관계 개선 및 교류에 간간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통일 이후 일정 기간 북한과 화폐통합을 하지 않고 북한 지역에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자회사를 설립한 뒤 채권을 발행에 통일비용의 절반 정도를 충당하는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는 금융위원회에서 예측한 통일비용 550조 원의 절반은 결국 남한 주민의 통일세로 충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재도 세수 확보가 쉽지 않은데, 국가 재정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통일세 부담까지 가중된다면 독일이 통일 후 20여 년간 겪었던 경기 침체와는 차원이 다른 어려움이 우리에게 닥칠 수 있다.

특히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생산가능 인구의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심각한 양극화의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취업 기회를 잡지 못한 젊은층과 노후자금이 부족하여 생활비 마련을 위한 근로소득을 벌어야 하는 노년층 사이에 일자리를 두고 세대갈등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2036년이 되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경제활동 인구의 수가 1.96명으로 일본의 1.53명에 이어 세계 2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청소년들은 다른 어떤 세대보다 부양의무를 많이 진다는 의미다. 이 상황에서 남북통일이 가시화 되고 장기적인 통일세 부담이 커진다면 세대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가 2013년에 실시한 통일비용 분담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44.3%가 통일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겠다고 답변한 점은 현실적인 통일의 장벽이 바로 재원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특히 50대 이후 세대와 30대 이전 세대 간에는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인식 차이 못지않게 비용에 대한 부담감의 차이도 크다. 따라서 청소년층이 통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이 부모 세대와 유사한지, 아니면 바로 위 세대와 유사한지를 판단하는 것은 향후 통일이 이뤄질 무렵의 유권자 지형을 고려할 때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

하나고등학교 통일경제연구회의 <청소년 대상 통일비용 부담 의지 조사> 결과, 경제와 통일에 대한 교육경험이 많을수록 통일비용 준비의 필요성을 공감하리라는 결론은 예측 가능하고 또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특이했던 점은 통일에 관한 설문조사임에도 불구하고 단 21%의 응답자만이 통일세 부담에 참여의지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우리정부 지출의 우선순위에 대해 통일재원 마련을 최하위로 꼽은 데 비해 각종 복지지출 확대는 우선으로 선택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처하고 있는 고령화와 소득 양극화에 대한 청소년들의 우려가 기성세대와 특별히 다르지 않다는 현실을 시사한다. 복지비용 지출의 필요성을 우선시 한다는 의미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통일이 통제할 수 없는 시기에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갑자기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과연 통일비용 적립을 마냥 미루어도 괜찮을 지 여부다.

독일의 사례처럼 준비 안 된 통일은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커진다. 그리고 현재의 복지제도를 그대로 운영한다 하더라도 2050년경 정부의 복지비용 지출은 현재보다 2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는 조세제도를 바꿔서라도 미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독일은 <통일연대세>라는 이름으로 통일 초기(1991~1997)에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7.5%를 추가 징수하였다. 1998년부터 2019년까지는 5.5%를 징수한다. 사회보험료와 부가가치세도 잇따라 인상하였다.

북한주민에 대한 사회통합 관점에서 건강보험 등의 사회보험 제공은 필수적이며, 사회보험료 인상은 불가피 할 것이다. 또 전 국민이 고루 부담을 나눈다는 형평성과 징세의 효율성을 고려할 때 상품이나 서비스의 구매 시 부담하는 부가가치세를 인상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그런데 세금을 인상하면 소비가 위축되고 자산가들의 해외 도피를 유발하는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 하면서 통일재원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다음의 네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한시적으로 목적세 형태의 통일세를 신설하는 것이다. 독일의 통일연대세와 비슷한 방식이지만, 소득세와 법인세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199012월에 폐지된 방위세처럼 모든 국세와 지방세에 일정 세율의 세금을 추가로 더 걷는 방식이다. 통일 후 재정 안정기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통일세 징수 규모는 통일의 방법·시기·북한의 경제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북한 지역의 1인당 국민소득 목표를 시기별로 정하고 달성 여부에 따라 세율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해서 북한 지역의 경제발전 수준에 따라 징수 규모를 달리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둘째, 자본소득에 대한 세율을 인상하는 것이다. OECD 평균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는 재산세 비중이 높고 소득세와 법인세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런데 소득세 중 사업소득이나 근로소득은 상대적으로 노출이 많이 되어 있고 그간 조세 부담을 많이 한 것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인상으로 인해 국민들의 근로 의욕도 하락과 가처분 소득 감소로 인한 소비위축 가능성이 점쳐진다.

자본소득은 일종의 불로소득이며, 대다수 국민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자본소득에 대한 세금을 거두는 것이 조세 정의 차원에서도 맞고 소득 재분배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근로소득에 비해 자본소득이 더 많은 이익을 벌어주기 때문에 경제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피케티의 이론을 검토해보면, 자본소득에 대한 징수 강화로 통일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이자 소득세(15.4%)는 주요 선진국 평균의 절반 정도이며 주식 거래의 경우 0.3%의 거래세만 내고 있다.

셋째, 획기적으로 발상을 전환해 소득세를 아예 지출세 개념으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자본소득에 대한 징수를 강화할 때 자본가들의 국적변경 등 예기치 못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고 이자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는 저축률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그래서 과세표준을 당기소득이 아닌 당기 소비한 지출을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소득세 제도를 개편해 보자는 것이다. , 얼마를 벌 던 수입에 대해서 세금을 내는 게 아니라,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때 지출에 대해 세금을 거두는 방식으로 세금을 거두게 되면 아껴 쓰고 저축해서 부자가 된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낼 필요가 없다.

반대로 남의 돈을 빌려서라도 흥청망청 쓰고 사는 사람은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OECD 최하위권으로 떨어진 우리의 가계 저축률을 올리는 데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고 징수가 편의성도 증대될 것이다. 호화 생활자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것이니 형평성 면에서도 맞는 방향이다.

두바이의 경우 법인세나 소득세가 아예 없고 상품이나 서비스 구입 지출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기고 있는데, 이것이 두바이가 아랍을 넘어 유럽의 금융경제 중심지로 도약한 비결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도 통일 후 조세저항을 줄이고 저축률도 높이면서 비교적 쉽게 통일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북한진출 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인상하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가계저축은 계속 감소한 반면 기업저축은 꾸준히 증가했는데, 이는 해외수출 등으로 돈을 많이 번 기업들이 고용이나 투자 등 국내경제 선순환에 기여해야 할 몫을 충분히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도 강하게 투자를 독려했고 야당을 중심으로 법인세 인상 요구가 높아졌다. 문제는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통일과 관련해서는 현재 기업들이 북한 개발과 관련해 수익을 얻은 것도 없는데 세금만 부담한다는 모순이 생긴다.

이에 대해 기업들이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는 식으로 대응할 여지가 생긴다. 따라서 통일 후 일괄적인 법인세 인상보다는 북한 지역에 사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 이전에 <북한지역 개발특별세> 같은 형태로 일종의 통행세를 미리 내도록 하고 그렇게 모인 돈으로 북한 지역의 공단 조성이나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지역에서 사업을 하고자 하는 외국 기업에게도 징세한다면 남한 기업들에게 과도한 세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수익자 부담 원칙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가 위기라는 진단이 곳곳에서 들리고 통일은 한걸음씩 다가오고 있다.

타조처럼 땅에 머리를 묻고 애써 위기를 외면할 이유가 없다. 통일 비용 적립 및 통일 이후 조세 제도 준비와 같은 사회 정비를 서둘러서 많은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청소년들이 직접 관심을 갖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그런 면에서 무척 고무적인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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