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험대에 선 김하중 통일 장관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27일 취임 16일 만에 처음 `시험장’에 들어섰다. 문제는 북한 요청에 따른 개성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내 남측 당국자 퇴거 건이다.

남북관계 주무부서장이기도 하거니와 북한이 김 장관의 발언을 퇴거요청의 명분으로 삼은 탓에 김 장관에겐 이번 사안이 피해갈 수 없는 첫 테스트 무대가 된 것이다.

국민의 관심은 주중대사를 6년반 역임하고 외교안보수석 까지 지낸 베테랑 외교관이지만 통일부 장관으로선 `초보’인 김 장관이 이번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전날 통일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북핵 폐기 원칙은 철저히 견지하되 접근방식은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힌 기조 대로 김 장관이 사태의 확산을 막는 쪽으로 이번 일을 잘 관리할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강경한 대북관의 안보 전문가인 남주홍 경기대 교수가 현 정부 첫 통일장관으로 낙점됐다가 여러 의혹속에 물러난 뒤 구원투수로 고위급 외교관인 김 장관이 등장한데 대해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제기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만큼 김 장관으로선 이번 사안을 무난하게 처리함으로써 조직 안팎에 안정감을 심어줘야할 상황이라고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물론 남북 관계가 대통령의 어젠다인데다 정권 초기이자 총선을 10여일 앞둔 시점이란 점에서 김 장관에게 사태를 유연하게 풀어갈 재량권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김 장관이 책임 부처장으로서 휘하 참모들의 의견을 적절히 수렴해가며 대통령의 자문역을 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정부는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북 측에 이전과는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이에 대한 북 측의 반응 등을 나름대로 관찰하고 판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 측의 이번 조치도 이미 예상하고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정부가 북 측의 이번 철수 요구를 비교적 담담히 수용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실제 북측이 지난 24일 처음 김 장관의 발언을 문제삼으며 남측 당국자들의 퇴거를 요청했을 때도 정부의 주 관심사는 이런 요구가 어느 선에서 결정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인가에 맞춰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 같은 요구의 주체 등을 파악하기 위해 북 측에 문서로 요청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결국 북 측은 문서는 보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와중에 통일부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있었던 26일부터 북측의 퇴거 압박은 강해졌고 홍양호 차관과 김중태 교류협력국장 등 통일부 당국자들은 새벽까지 퇴근을 하지 못한 채 사태의 추이를 지켜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남측 당국자들의 철수 소식을 접하고는 대체로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고 통일부 관계자는 전했다.

김 장관은 다만 당초 예정돼 있던 27일 통일문제연구협의회 정책 간담회 연설 일정과 28일로 예정된 하나원 방문을 취소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주무 부서장으로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 들어 북측에 넘긴 공은 일단 남측으로 돌아왔고 이제 어떤 식으로 북측으로 넘어갈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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