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삽 뜨는 동북아 안보협력체제

“북한이 동북아 다자안보 체제 논의 테이블에 앉게 된 것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16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6자회담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회의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6자회담 `2.13 합의’에 따라 설치되는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은 이날 베이징 러시아대사관에서 첫 회의를 갖고 그간 전무했던 동북아에서의 정부간 안보협력 체제 구성방안 논의에 착수했다.

동남아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유럽에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중미에 중미통합체제(SICA) 등 세계 각처에 정부간 다자안보 협의체가 있지만 동북아에는 이 같은 협의체가 없다.

냉전의 마지막 섬인 한반도에서 우선 북한이 다자안보 논의 요구에 소극적이었고 `구원'(舊怨)이 있는 한.일, 중.일간 미묘한 갈등관계 등으로 다자안보 논의가 꽃을 피울 토양이 마련되지 못했던 것이다.

또 동북아 지역에서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미국과 러시아간 물밑 신경전 역시 이 같은 논의를 막아온 한 요인이 됐다.

동북아 안보체제 논의에 미국이 유난히 관심을 보여온 점도 비슷한 맥락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미측은 지난 해 7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을 계기로 열린 동북아 관련국 외교장관 회동에서 동북아 다자안보체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국은 또 이번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수석대표로 6자회담 수석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를 내세움으로써 동북아 안보협력체 구성에 대한 미국의 `비상한’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이 자국의 서쪽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주도하고 있고 남쪽으로는 중앙아시아에 대한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러시아가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1990년대에도 이런 배경 때문에 북한 핵문제가 동북아의 최대 안보 위협 요인으로 부상했음에도 다자 안보 측면에서라기 보다는 관련국이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른 북핵 해법을 내놓기에 바빴다.

이런 와중에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틀이 동북아 안보협력체 논의에 새로운 전기가 됐다. 기왕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댄 터에 상시적인 안보협력체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가 제기됐고 이는 2005년 9.19 공동성명에 `6자는 동북아에서의 안보협력 증진을 위한 방안과 수단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는 표현으로 삽입됐다.

그 시점부터 1년5개월 가량 지나 도출된 `2.13 합의’에 따라 관련 실무그룹이 생기면서 동북아 안보협력체의 씨앗이 일단 뿌려진 상황인 것이다.

이번 동북아 안보협력체 논의는 북.미 관계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와 함께 북한이 `핵 보유’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안보 위협요인을 제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안보협력체제가 실질적으로 구축.가동되려면 앞서의 배경들로 인해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측이 `오늘 회의가 끝난 뒤 참가국들이 다시 회의를 해야겠다는 생각만 가져도 성공’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읽힐 수 있다.

때문에 이번 실무그룹 회의에서는 각국간 안보 인식의 공통분모를 찾고 초보적 신뢰구축 조치부터 협의해가면서 장기적으로 안보협력체제 구축을 모색해 나가자는데 참가국들의 의견이 모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각국이 생각하는 안보협력체의 `그림’에 대한 브레인 스토밍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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