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北영상편지에 “기쁨과 서글픔 교차”

“7년 전에 만났던 북녘 동생으로부터 영상편지를 받고 나니 기쁘면서도 서글픈 생각이 듭니다.”

6일 북한에서 날아온 영상편지를 받아든 김재환(77.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씨는 2000년 11월 서울에서 처음 만난 이후 감감 무소식이었던 북측 동생 재호(72)씨와 가족들의 소식을 여러 번 다시 보면서 이같이 소감을 피력했다.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배달된 15분가량 분량의 CD로 제작된 영상편지에는 재호씨 부부와 재호씨의 2남3녀가 남쪽의 재환씨 가족에게 전하는 안부가 들어 있었다.

재호씨는 영상편지에서 “7년전 처음 만날때 ‘재호야’하고 부르던 형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그날 와락 부둥켜 안고 떨어지지 않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첫 만남의 감격을 되새기며 남측 형님에게 문안인사를 올렸다.

북측 신문사에서 일을 했었다고 소개한 재호씨는 자신의 아들딸을 일일이 소개한 뒤 “나는 건강하다”며 “형님도 통일이 될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시라”고 당부했다.

재호씨의 아들딸도 각각 배우자와 자녀를 데리고 나와 남측에 있는 큰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며 자신들은 북쪽에서 “불편 없이 잘 살고 있다”며 “건강하시라”고 인사했다.
영상편지에는 가족들의 안부 인사 외에도 2000년 첫 상봉때 찍은 사진들과 현재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의 일부 모습과 가족사진 등이 담겨 있었다.

남측으로부터 영상기기들을 지원받아 제작한 영상편지의 화질과 음성도 별다른 흠없이 선명했으며 가족들이 동영상 촬영을 한 장소도 주변이 잘 정돈돼 있어 별도의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였다.

남측의 형 재환씨는 둘째 아들 부부와 손자손녀와 함께 집에서 영상편지를 연거푸 돌려 보고난 뒤 “50여 년만에 한번 만나고 죽었는 지 살았는 지 소식을 모르다가 영상편지를 통해 직접 모습을 보니 맘이 놓인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첫 상봉시 찍은 사진첩을 꺼내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웃도 자주 만나니깐 이웃사촌이라 하는데 남측에 있는 우리 가족들이 북측에 있는 사촌들과 앞으로 어떻게 가족애를 느낄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서운함도 드러내며 “영상편지만이 아니라 직접 왕래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소망했다.

함께 영상편지를 본 재환씨의 아들 성회(51)씨는 “남과 북에 떨어져 있는 아버님과 작은 아버님이 자꾸 연로해진다”면서 “우리들이야 아직 (북측 가족들과) 큰 정이 없지만 구세대는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한번쯤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대로 자손이 귀해 외롭게 살아오다가 아버지는 많은 형제 자매를 두고도 이산가족이 되는 바람에 홀로 살아오셨다”면서 “북측 작은 아버님과 서로 만나 외로움을 달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손녀 태민(22.대학생)씨도 “가장 가까운 친척이 북한에 있는 셈”이라며 “서로 왕래하면 외롭게 지내던 우리 가족들이 새로운 가족을 반갑게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재회’에 바람을 드러냈다.

재환씨는 6.25전쟁 발발 당시 3남1녀 중 둘째 아들로 서울 연희동 부근에서 살고 있던 중 ‘연희고지 전투’가 벌어져 포탄이 난무하는 가운데 큰형과 여동생을 잃었으며 북에 있는 동생 재호씨와도 갑자기 헤어져 이산가족이 됐다.

김씨는 1970년대 사망신고를 냈던 동생을 2000년 직접 상봉한 뒤 서울가정법원에 냈던 호적정정신청이 받아들여져 동생을 법적으로 ‘환생’시키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남북 적십자사는 5일 오전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이산가족 20가족씩의 영상편지를 시범교환하고 앞으로 분기별 영상편지 교환에 필요한 합의서를 채택했다고 대한적십자사가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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