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을 건너서라도~” 北국경서 탈북 갈망 노가바 확산

북중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한국 가요에 북한식 가사를 붙인 노래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탈북을 갈망하는 듯한 가사를 흥얼거리는 주민들도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양강도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남조선(한국) 가수들의 평양 공연 후 개사를 해서 남쪽 노래를 부르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당국에서 지속 단속을 하기 때문에 조심하면서도 ‘원수님(김정은)도 다 봤는데’라는 심정으로 거리낌 없이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중에 눈에 띄는 노래는 2005년 발매된 박상철 가수의 ‘무조건’이다. 멜로디가 빠르고 경쾌한 트로트풍의 이 노래는 북한 국경지역에 유입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가요가 됐다.

특이한 점은 북한식 가사다. 주민들은 후렴구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너서라도 당신이 부르면 달려갈거야. 무조건 달려갈거야~’를 ‘압록강을 건너~ 두만강을 건너~ 철조망을 건너서라도 당신이 부르면 달려갈거야. 무조건 달려갈거야~’로 바꿔 부른다고 한다.

주민들은 압록강, 두만강, 철조망 등 북한식으로 바꾼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듯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개사를 함에 따라 ‘탈북’을 시사하는 노래로 변모됐다는 점이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는 뜻’이라고 둘러대고 있지만, 사실은 벗어나고 싶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면서 “다만 아직까지 (당국은) 이 노래를 단속하거나 추궁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한국 노래를 부르는 행위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는 않고 있다. 시범껨(본보기) 차원에서 관련 움직임을 보인 주민들을 체포해 구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본지는 지난 3일, 최근 함경북도 회령시 보안서(경찰서)에서 한국 노래를 불렀다는 한 주민이 구류된 상태라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원수님도 박수쳤는데 왜?” 南노래 불러 구류된 北주민)

또한 일본 아사히신문도 8일 “양강도 삼수군에서 금지된 한국 가요 50여 곡을 듣고 춤을 춘 16, 17세 청소년 6명이 지난달 22일 공개재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이 같은 단속 및 처벌 강화에도 한국 노래 애창은 근절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단 북한 주민들이 한국 노래를 부르는 건 이미 오래전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노래를 북한식 가사로 바꿨던 것은 사실 북한 당국이 주도해왔다.

북한 당국은 1985년 발매된 김범룡의 ‘바람 바람 바람’의 마지막 소절인 ‘날 울려 놓고 가는 바람’을 ‘주체의 주체의 바람’으로 바꿔 놓았다. 또한 1994년에 발매된 김창남의 ‘선녀와 나무꾼’의 경우엔 원곡의 “하늘과 땅 사이에 꽃비가 내리던 날, 어느 골짜기 숲을~”이란 가사를 “청와대 김서방님(당시 김영삼 대통령을 지칭) 골이 쑥 빠졌당께. 딸라(달러)에 미쳐 엔에 녹아~”로 바꿔 부르게 했다.

소식통은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도 당국의 주도로 개사해 부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원래 가사를 어떻게 알고 비공개 모임에서는 (주민들은) 그걸 부르곤 했었다”면서 “이런 경우엔 바로 금지곡으로 지정하곤 했지만 별로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이미 한국 공연을 관람하고 그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렸다는 점에서 단속‧처벌을 지속하는 건 당국의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다른 소식통은 “아직까지 한국 노래 관련해서는 제대로 강연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단속을 아주 심하게 하면 원수님을 거론하면서 ‘우리나라(북한)는 위와 아래에 다르게 적용되는 이중법이 있냐’고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