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핵신고는 체면과 명분의 문제”

북핵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3일 `2.13합의’ 이행에 최대 난제로 부각한 핵프로그램 신고의 해법찾기가 만만치 않음을 털어놨다.

천 본부장은 이날 2.13합의 1주년을 맞아 가진 브리핑에서 “신고는 실질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명분과 체면 등의 면에 있어서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것”이라며 “본질적으로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그동안의 주장을 바꿔야하는 측면도 있고 제네바합의 파탄의 책임을 누가 지느냐는 등 여러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문제도 있으니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북핵 `10.3합의’에 따라 북한은 작년 연말까지 핵프로그램 신고 및 핵시설 불능화를 마쳐야 했지만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추진을 시인하는 문제를 놓고 미국과 이견을 보여 신고를 미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천 본부장이 핵신고를 둘러싼 북.미 간 이견의 배경을 `체면과 명분의 문제’라고 언급한 것은 우라늄 농축 문제를 골자로 하는 핵 신고가 제2차 북핵위기 발단의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는 결정적 기준이기 때문이다.

제2차 북핵위기는 2002년 방북한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HEUP)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고 밝히자 북한 강석주 외무성 부상이 “핵보다 더 한 것도 있다”고 답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미국은 북한이 HEUP 계획을 시인했다고 판단, 1994년 제네바합의에 따른 중유 제공 및 경수로 건설을 중단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후 줄곧 “우라늄농축계획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제네바합의 파탄의 책임을 미국에 돌려왔지만 미국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로 사용할 수 있는 150t 가량의 알루미늄 튜브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파키스탄으로부터 원심분리기를 도입했다는 등을 근거로 북한의 UEP 추진이 사실이라고 압박하는 등 양측은 팽팽히 맞서왔다.

따라서 북한으로선 부인해 왔던 UEP의 존재를 이제와서 갑자기 시인했다가는 `거짓말 정권’이라는 꼬리표가 예상되는 것은 물론 원하는 테러지원국 해제 등의 조치없이 자칫 역공만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지면서 신고를 머뭇거리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으로서도 확실한 해명없이 UEP 문제를 슬쩍 넘어갔다가는 핵실험까지 목도해야 했던 지난 5년 간의 북핵정책이 도마 위에 다시 오를 수 있고 제네바합의 파탄의 책임까지 뒤집어 쓸 수 있어 결코 양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천 본부장은 “제네바합의에 따라 경수로 건설에 우리가 12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총 18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를 중도에 그만두고 합의를 파탄나게 한 원인에 대해 규명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명분으로나 중요한 문제”라면서 “(핵신고는)북한의 비핵화의지에 대한 시험대”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했든 지금도 계속하고 있든 (북한이)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하는 바탕위에 핵폐기 단계로 들어가는 것이 순리”라며 북한의 성실한 신고를 촉구했다.

하지만 천 본부장은 신고문제가 “6자회담 판을 깰 이슈로는 보지 않는다”면서 “북한이나 미국이나 신고때문에 지금껏 해오던 것을 되돌려 놓으려고 한다고는 생각안하며 북한도 `약속한 것 다 이행한다. 그러니 당신들도 이행하라’는 톤으로 얘기하고 있다”며 낙관적 시각을 유지했다.

한편 천 본부장은 지난 1년 간의 2.13합의 성과와 관련, “2.13합의의 근본 목적은 핵물질의 추가 생산을 막고 폐기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 구축에 있었는데 이 관점에서 볼 때 나름대로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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