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3년 지나도 의혹제기 여전…”재조사 필요”

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이 북한 소행으로 결론지은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 3년이 지나서도, ‘의혹 제기’는 가시지 않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신뢰하는 20-30대는 55%에 불과했다.


당시 합조단은 북한 소행의 결정적 증거로 어뢰추진동력장치를 인양하고,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인 실험을 실시했다. 유엔 역시 합조단의 결과를 근거로 대북규탄 성명을 채택했었다. 논란이 됐던 어뢰 추진체의 1번 글씨는 이후 연평도 포격 당시 북한의 포탄에서도 발견됐다.


하지만, 의혹을 제기한 측은 여전히 당시 미니(?) 실험결과를 제시하면서 민군합동조사 결과가 “물리적,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여전히 정부와 군을 몰아세우고 있다.


여기엔 재미학자인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 존스홉킨스대 서재정 교수가 선봉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리학자인 이승헌 교수는 나름의 논리를 펴면서 합조단의 실험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두 교수를 비롯해 소위 진보진영에선 ‘흡착물질’ ‘황산염알루미늄수화물’ ‘스크류 변형’ ‘접촉, 비접촉’ 등의 낯선 표현들과 함께 의혹이 이어진다. 일반 국민들은 매우 생소할 수밖에 없는 탓에 관련 내용을 꼼꼼히 챙겨보지 않을 경우 “어떤 게 진실인지 잘 모르겠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외 권위 있는 과학자들과의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들 간의 합동토론회도 추진됐으나 결국 무산됐다. 정부는 의혹제기 측은 의혹제기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실험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천안함 조사결과 조작설을 제기하는 진영의 가장 핵심적인 논거는 ‘흡착물질’이다. 흡착물질과 관련 당시 민군합동조사단은 천안함(A)과 어뢰(B)에 묻은 흡착물질이 모의폭발실험에서도 같은 폭발재(C)인 ‘비결정질 산화물’이 나와 외부폭발(어뢰)에 의한 수중폭발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승헌 교수는 같은 실험을 했지만, ‘비결정질’은 검출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다. 즉, 합조단은 ‘A=B=C’ 라고 하는 주장에, 이승헌 교수는 ‘A=B≠C’ 라고 반박한 것이다. 이 교수의 반박은 어뢰의 수중폭발과 버블제트에 의한 함선 절단이라는 합조단의 사건 규명을 부정하는 것으로 ‘북한의 어뢰공격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합조단의 실험은 실제 폭발과 비슷한 3000도 이상의 고온과 20만 기압 이상의 고압, 수십만 분의 1초 만의 냉각이라는 실험 조건에서 얻은 결과고, 이 교수는 1100도, 40분 가열, 2초 냉각이라는 조건에서 시행됐다.


나아가 합조단이 폭발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고 결론 내린 흡착물질에 대해 이 교수는 자연 상태에서 형성되는 침전물(황산염알루미늄수화물)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교수는 최근 한 매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세 가지(A·B·C) 흡착물질이 폭발에 의해 검출되는 물질이어야 하며, 성분이 모두 일치해야 ‘어뢰설’이 성립된다”며 “그러나 문제는 폭발에서는 나올 수 없는 성분(S, 황)이 검출됐으며 실험에서 나온 데이터는 폭발로 나올 수 없는 데이터를 제시해 조작 의혹이 제기돼 왔다”고 합조단의 조사결과는 조작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합조단이 이미 EDS(에너지분광기) 분석과 XRD(X선회절기) 분석 결과의 차이점을 통해 밝혀냈던 문제다. 


진보진영의 입장도 이 교수의 주장을 근거로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 서있다. 대선기간 좌파진영의 한 원로인사는 천안함 재조사를 민주당에 공식 요구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등 진보진영 시민단체들 역시 재실험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는 3주년을 즈음해 25일 ‘박근혜 정부와 19대 국회, 이제는 천안함 사건 진상 규명 나서야’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논평에서는 “최종보고서 어디에도 폭발의 흔적을 입증하는 자료가 없으며 어뢰부품과 천안함 본체에서 정부가 발견했다는 폭발재(산화알루미늄)가 사실 침전물(황산염알루미늄수화물)에 불과하다는 과학자들의 반론제기가 그것이다”고 주장했다.


2010년 6월 참여연대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8가지 의문점, 6가지 문제점’이라는 서한을 발송했다. 당시 의문점 중 하나로 ‘화약 아닌, 알루미늄 산화물이 폭발의 흔적인가’를 제시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도 유사한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정부는 관련한 정보공개 요구를 묵살하고 있고, 국민들의 반론에 대해 성실히 답변해 주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과학적인 반론을 재연을 통해 과학적으로 다시 증명하는 게 가장 좋은 방안”이라며 “정부는 당시 합조단의 결과를 다시 한 번 입증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며, 국제적인 합조단의 조사결과가 명확히 나온 상황에서 재조사 실험 실시 계획은 없다. (그런 제안을) 재검토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과학적인 근거를 믿지 못하는 마당에 재조사를 한들 어떤 결과에 승복할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의혹 제기 측은 19대 국회가 다시 국방위원회 등에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재조사를 벌이자고 제안하고 있다. 야당 공세로 정치권에서 천안함 문제를 다시 쟁점화해야 한다는 의도가 담긴 요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대통령 선거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천안함 사건을 기존 ‘침몰’에서 ‘폭침’으로 북한 책임을 분명히 밝힌 상태로 현재로선 이 같은 요구에 적극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합조단의 결과를 뒤엎을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천안함 의혹을 지속할 경우 ‘안보적 신뢰가 어려운 정당’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부담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