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1200t급) 폭파 사건 사흘째인 29일, 발견된 선미(船尾)에 대한 탐색작업에 이어 구조작업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정부는 실종자 구조작업과 함께 사건 원인 규명에도 착수했다.
그러나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바와 달리 선미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라 함체가 두 동강이 나면서 철판이 크게 파괴돼 철판의 휘어진 방향을 통해 1차적인 원인을 파악하려고 했던 시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철판이 안 쪽으로 휘어지면 외부공격의 가능성이 높고, 바깥쪽으로 휘어지면 내부 폭발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 관련성 여부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이었지만 이날 김태영 국방장관의 ‘북한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 개입 가능성도 열어 두고 원인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변화에는 내부 포탄 등의 폭발 가능성이 낮고, 거대한 함선을 두 동강 낼 정도의 위력적인 폭발이라는 점과 부상자들이 화상을 거의 입지 않은 점 등이 작용하고 있다.
외부 공격 중에도 사고 지점 수심이 30~40m로 얕아 잠수정의 어뢰 공격 가능성은 희박해 기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반잠수정에 의한 어뢰 공격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사고 당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측 해역에서 반잠수정이 기동을 하다 사라지는 것이 관측됐다는 미확인 첩보도 나오고 있다.
기뢰에 의한 폭발일 경우 북한군이 흘려보낸 ‘부유기뢰’ 또는 바다 밑바닥에 설치돼 적 함선의 자기장과 소리에 반응하는 ‘감응기뢰’ 두 가지가 우선 거론된다.
북한은 4000기의 기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군이 부설해 놓은 기뢰 중 회수하지 못한 기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에 대해서 김태영 국방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한국군이 설치한 기뢰는 모두 수거해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천안함 폭발 사건을 현재 단계에서 섣불리 결론 내리기는 힘들다. 하지만 정황상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다른 원인에 의한 가능성 보다 높다는 것이 군 당국의 판단이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천안함 폭발은 NLL 인근에서 군사적전 중이던 초계함에서 발생, 중요한 안보문제 차원에서 인식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연계성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지난해 8월부터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난을 중단해왔지만 최근 비난을 재개했고, 26일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주변국의 급변사태 논의에 대해 “모든 타격수단들을 항시적인 격동 상태에 둘 것”이라 위협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은 예측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번 천안함 사건에 북한 연계 가능성을 가정했을 때 “최근 북한내 불안요인이 어느 때보다 극대화된 상태로 체제 동요 사태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손꼽았다.
이어 “우리 해군에서 여러번 패배했던 북한 해군의 사기 진적과 선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공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도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북한의 의도에 대해 사회혼란, 남남갈등 고조, 한반도 안보불안 요인 극대화를 염두에 둔 행동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대규모 경제지원을 약속했음에도 조건부 지원을 하고 있는 중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도 지적했다. 올해 중국이 상하이 엑스포와 아시안게임 등의 앞두고 있어 주변지역의 안정이 필요한 상황으로 이를 이용 중국의 대규모 지원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한편, 익명의 대북전문가는 “언론을 통해 지난해 11월 대청해전 패배에 대한 보복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 북한 연관성을 추정키는 어려운 시점”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현 단계에서 정부가 생존자 구출작업외에 다른 문제에 관심을 두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번 사건이 북한과 연관성에 대해 입장을 섣불리 밝히는 것은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군에 대한 감시 능력 등 과거와 비교 대북 정보력이 강화된 점을 고려할 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종합적인 판단 결과를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생존자 구조에 모든 노력이 이뤄지고 있고 시계와 유속의 악조건이 이어지고 있어 사건 원인 규명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건 발생 지역에 투입된 해군 해난구조대(SSU) 요원들이 육안으로 선체 폭발 부위의 철판 방향에 대한 추론을 이끌어낸다고 해도 북한 기뢰 또는 어뢰에 의한 것으로 단정키는 쉽지 않다.
천안함 사고 원인 파악은 함미 인양과 전문가들의 정밀 감식을 통해 밝혀질 수 있다. 또한 북한에 구체적인 물증을 내놓기 위해서는 북한의 기뢰, 어뢰 파편을 발견해야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다른 익명의 전문가는 “미국도 이번 사건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사건 원인규명에 동참할 경우 증명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북한의 도발에 의한 사건으로 규명될 경우, 현재 가해지고 있는 대북제제는 한·미·일을 중심으로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으며 정부의 대북정책도 보다 더 공세적인 자세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어떤 형태로든 우리 군의 대응 및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경우에 따라서는 일촉즉발 상황도 불가피해 보인다. 남북교류 완전 중단까지도 예상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발이었다면 북한이 전파(全波)를 목표로 했겠는가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사태가 엄청나게 커진 상황”이라며 “북한이 이번 일을 통해 대내외적인 위기 극복을 노렸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북한체제의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