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제재 지속되면 김정은 후계체제 타격”

김정일이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김정은으로의 권력세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천안함 사건이 후계체제 구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북한의 국제사회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러한 국제정세가 오히려 김정은 후계구축에는 일정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조성된 위기를 내부단속과 체제결속에 적극 활용해 왔다. 따라서 천안함 사건으로 조성된 위기 역시 내부결속을 다지는데 활용하면서 분위기를 몰아 후계자의 정당성과 권위를 부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 전 국무부 부장관은 최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이 후계체제를 염두에 두고 공격을 지시한 것 같다”고 했고, 제임스 켈린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도 “천안함 사건이 권력 승계와 모종의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정은이 이번 천안함 격침을 주도했다는 선전을 통해 군대의 지지를 확보해 후계구축의 기반을 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후계구도에 대한 군대의 지지를 얻기 위해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천안함 사건 이후 북한 내 권력이동에서도 김정은 후계구축 분위기는 감지된다. 지난 7일 개최된 12기 최고인민회의에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국방위 부위원장 선출은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을 낳았다.


권력 기반이 탄탄한 장성택에게 김정은의 정치적 후견인 역할을 부여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분석이다. 황장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도 “김정은 후계구축을 위해 장성택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정일이 인민군 창건일인 4월 25일 ‘천안함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586부대(정찰총국)을 방문했고, 상장으로 강등된 총참모부 작전국장 김명국을 다시 대장으로 승진 조치한 것도 군대에 대한 배려를 통해 김정은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한 행보로 풀이되기도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김정은이 군대를 지휘할 수 있는 지도자’라는 것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은 이번 천안함 사건을 후계체계를 공고화하기 위해 적극 활용할 것”이라며 “특히 ‘남한의 군함을 김정은 장군이 침몰시켰다’는 프로파간다를 통해 우상화뿐 아니라 내부결속을 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장기화되면 김정은 후계체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경제난 등이 심화될수록 주민들의 체제 이완현상이 두드러져 후계체제의 균열로 직결된다는 지적이다.
 
김정은이 국제사회의 장기적인 고립 속에서 김정일의 정책을 답습하고 경제적 불안도 지속ㆍ심화되면 정치군사적 기반이 약한 김정은이 위기를 극복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남일재 동서대 교수는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권력 이양이 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제재가 지속되면 후계구도가 깨지고 제3세력으로 권력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대북전문가는 “천안함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민생활 불안정 등 경제문제로 발생하면 후계체계를 안정적으로 이끌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후계구도와 직접적으로 연관시킬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은 김정은 후계구도 안정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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