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오빠들 죽게한 北 응원해야 하나요?”

14일 오후 3시 서울 경복궁역 2번 출구.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서울예고 열일곱 동갑내기 김경훈(여), 안진영(여), 장유정(여) 양은 16일 새벽에 벌어지는 월드컵 북한과 브라질 전에서 누구를 응원하느냐를 두고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먼저 경훈 양이 “북한은 응원하면 안돼. 천안함 사태로 몇 명이나 희생당했는데”라고 운을 떼자 진영 양이 “당연하지. (북한을) 응원할 순 없어. 차라리 브라질이 이기는 편이 낫지”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유정 양이 “왜? 당연히 북한을 응원해야지. 천안함과 축구가 무슨 관계야. 천안함 때문에 축구까지 응원 안하는 것은 좀 그래. 그건 아니거든”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다시 경훈 양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고 전쟁을 일으킨다고 했는지 너 알기나 해”라고 따졌다. 그러자 장 양은 손을 흔들면서 “이 문제로 다툴 필요까지는 없잖아”라고 서둘러 언쟁을 정리했다. 


16일은 북한이 44년만에 월드컵에 진출해 브라질과 첫 경기를 하는 날이다. 우리 국민들도 북한의 경기는 큰 관심사다. 같은 아시아 일본과 또 다르다. 내심 한민족의 저력을 과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여기에는 ‘스포츠는 스포츠’라는 논리가 있다.


북한이 월드컵에 진출한 만큼 예년 같으면 국내 친북단체들이 밤샘 거리 응원 분위기까지 띄웠겠지만 올해는 잠잠하다.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대놓고 북한 편을 들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토론토의 교민사회에서도 이 문제로 지역신문까지 나섰다.


12일 캐나다 언론인 토론토 스타는 “한국인들이 북한 팀도 응원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코리아타운에 대형 태극기가 휘날리고 거리 곳곳에서 각국의 국기를 볼 수 있지만, 북한의 국기만 실종됐다’며 ‘요즘 교민사이에서 북한 팀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민감한 문제’라고 전했다.


기자가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 중에는 북한을 응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 종로에서 자영업을 하는 조근수(여·30) 씨는 축구는 응원하되 천안함 대응은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씨는 “응원해야 한다”며 “천안함 사건과 축구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천안함에는 또 다르게 관심을 가지고 확실히 대처해야한다”고 말했다.


붉은악마 대외협력팀의 최승호 씨는 “붉은악마의 북한을 응원하는 공식적인 응원전은 없다. 하지만 같은 민족 동포로서 응원하는 것은 개인의 결정”이라고 전했다. 종로구에 거주하는 김은태(여·57) 씨도 “축구와 천안함 사건은 별개다. 물론 천안함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같은 동포니깐 응원하고 싶다. 마음 밑에는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천안함 사건을 시작으로 북한의 대남 적대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서울 ‘불바다’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국민들이 북한을 응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복잡한 심경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어찌 보면 제 아무리 나쁜 범죄자라도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이기 때문이다.


북한선수단의 승리에 김정일은 우쭐함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의 작은 기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기쁨을 북한인민들에게 줄 것이다. 과거 일제시대가 지금의 북한과 비교해 객관적으로 월등히 사람이 살만했었지만, 그럼에도 당시 나라를 뺏긴 조선인민들에게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우승이 가져다준 기쁨은 그 얼마나 컸던가. 이처럼 북한선수단의 승리는 마른하늘의 단비와도 같은 해갈을 북한인민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최근 개봉된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영화에서는 ‘축구에 이념은 없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천안함 사건으로 격양된 감정은 잠시 접고 44년 만에 월드컵에 출전한 북한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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