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 우리에 ‘친북의 실체’ 묻고 있다

천안함 사태는 ‘북한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세력’이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 국민들 중 30% 정도는 천안함 조사는 여전히 천안함 조사 결과에  의혹을 품고 있고 젊은 세대 중 절반 가량은 ‘북한 어뢰 조작설’에 현혹돼 있다. 천안함 사건에 의혹을 제시하는 사람들 중 다수를 북한의 이익을 대변하는 세력이라고 볼 수 없겠지만, 친북세력의 집요한 왜곡 선전과 괴담 유포에 그대로 노출돼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이들이 어떤 세력인지, 왜 다짜고짜 북한 편을 드는 친북 행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오리지널 친북세력의 실체는 무엇이고,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합법정당과 시민단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묻게 된다.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의 치유는 이 문제에 대한 답부터 찾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왜 우리 정치권이 대북 유화정책에 발목을 잡히기 됐고, 시민사회는 국민들이 상식과 동떨어진 친북의 언동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지 여기서 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한국사회에서 친북주의는 오랜 역사와 영향력에 비해 그 연구가 부족했다고 본다. 친북, 종북, 빨갱이, 좌파, 진보 등의 용어가 명확한 구분 없이 혹은 긍부정적 감정이 실려 사용되고 있다. 사회주의자, 반미통일운동세력, 386세대들은 민주화라는 미명아래 투사와 영웅으로 그려지고 있다. ‘친북주의 연구’(시대정신)는 이러한 용어들과 세력을 역사적 사실에비춰 객관적 기준으로 가름해 그 대처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는 친북과 종북을 규정할 수 있게 해준다는 데 있다. 홍진표(시대정신 상근이사), 이광백(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신주현(데일리NK 기자) 세 필자는 현시기 친북을 첫째 북한 정권의 이익,유지,강화를 최우선으로 놓는 행위, 둘째 북한 주도의 통일을 추구하는 행위, 셋째 이를 위해 의식적, 조직적으로 운동을 전개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따라서 김정일 정권의 유지가 한국의 안정에 이롭다는 식의 기술적 판단을 하는 상당수의 국민들과 지식인들은 물론이고, 이에 입각하여 대북포용 정책을 펴야 한다는 정치세력은 친북세력의 범주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인 참여연대와 민노당 내 종북주의 흐름을 비난하고 나선 진보신당세력 등이 포함된다.


책은 종북주의는 ‘북한 정권에 대한 맹목성과 추종성이 더욱 심화된 친북주의’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친김세력’이 이들의 본질을 가장 잘 표현하는 용어라며 종북의 핵심은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추종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6·15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 6·15남북공동실천연대, 민노당 내 자주파, 한총련 등이 포함되며 이들은 만약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일가를 부정하는 정권이 성립하면 북한 신정권을 반대하는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책은 80년대 이전의 친북주의 흐름에서부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의 종북세력을 아우르며 분석하고 있다. 인혁당, 남민전, 민혁당으로 이어지는 북한과 연계된 지하조직운동의 흐름은 1999년 민혁당 수사 이후 크게 타격을 받았지만,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해 두 여중생이 죽게 되는 사고를 통해 친북세력은 대중적 반미시위에 성공하게 된다.


이후 종북세력은 민주노동당으로 대거 유입해 제도권 진입에 성공했다. 현재는 폭력성을 띤 장외투쟁과 북한인권운동을 반대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저자의 친북 및 종북세력에 대한 이러한 추적과 분석은 친북세력의 등장과 확산에 관한 치밀한 고증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책은 당시 언론보도와 민주화 투사들의 발언을 싣고 있어 그 흐름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또 전향한 386들의 인터뷰와 함께 민노당 내 종북주의 논쟁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어 1990년대 중반 이 후 시작된 친북세력내 갈등과 분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저자들에 따르면 친북은 한국에서 반 사회적인 의미를 지니면서 동시에 북한 주민의 이익에도 반하는 범죄에 가까운 행위이다. 책은 이러한 친북세력에 대한 대응을 제안하고 있다.


우선, 친북세력의 폭력 행위 등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벌하고, 북과 조직적으로 연계된 활동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북한 사회의 현실과 합리적 통일 방안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북한 체제의 변화와 개혁을 촉진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친북주의 연구’의 대상이 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을 진보주의자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저자가 그들에게 진보주의라는 이름표를 달아주지 않은 이유는 명백하다. 마피아와 다를 바 없는 김정일체제에 대해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족을 다는 것과 나아가 그 체제를 위시하는 것은 진보는커녕 인류사에 뒷걸음질로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친북, 종북 세력의 자기반성의 날이 조금 더 앞당겨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