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에는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천안함, 연평도 사과를 대충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사실 천안함 사건 그 자체가 북한이 행한 일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조작한 사건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민 중 50% 정도 까지 도달한 적도 있었다. (2010.9.8. 서울대 여론조사)
천안함 격침이 북한에 의한 것임을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밝히는 날, 대한민국 국민의 약 30%는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대답 했다. 2010년 6월 하순 대한민국 국회의원 70명은 천안함 관련 북한 규탄 결의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북한이 잘못한 일이 없는 데 무슨 대북 결의안이냐는 입장이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북한을 그토록 두둔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제 2의 천암함 도발을 주저할 이유는 없었다. 바로 작년 11월 23일 대낮에 발발했던 연평도 포격 사건이 그것이다. 대한민국 민가를 향해 무차별 포격을 자행한 그 날 북한은 이미 김정일의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이야말로 ‘포사격의 달인’ 이라고 치켜세웠다. 북한은 대한민국의 국민을 대포알로 죽이고도 자신이 한 행동임을 오히려 자랑했던 것이다.
2010년 1년 동안 대한민국 군인, 민간인 등 총 50명이 북한의 도발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대한민국은 자국 국민 50명의 목숨을 앗아간 집단에 대해 아무런 보복도 취하지 않았다.
비록 보복을 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사과는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 그간 정부의 대북 정책의 원칙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 위로로 삼고 있던 대한민국 국민들이 적지 않다.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무참하게 유린한 집단과 평화롭게 지낸다는 의미와 대화를 한다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기에, 대한민국 국민들 대다수는 연평도 포사격 이후 대북 경각심을 높였고 북한에 대해 따끔한 맛을 보여 주지는 못 할지언정 다시 무릎 꿇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2011년 북한의 도발로 인해 조성된 남북한 관계가 대한민국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불편하게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 상황이 힘든 자들은 북한 정권, 대한민국의 종북(從北)세력, 그리고 표만 바라보는 안보 포퓰리스트 정치가들 중 일부다.
이들은 남북 관계가 긴장 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햇볕정책 시대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우리가 북한과 사이 좋게 지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묻겠다. 한국 전쟁발발 시점부터 지금 까지 진정한 의미에서 남북관계에 긴장이 없었던 적이 있었느냐고? 햇볕정책 시대 동안 북한의 대남 무력 도발 횟수 평균이 그렇지 않을 때 보다 오히려 높은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북한과 사이 좋게 지내지 못하는 것이 우리 탓이냐고? 남북한 관계가 좋아지면 북한은 대남 적화 통일전략을 포기 할 것이냐고?
북한의 대남전략은 대한민국을 궁극적으로 흡수 통일하는 것이다. 북한이 원하는 가장 소망스런 통일 방법은 평화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대한민국과는 달리 북한은 통일의 방법으로 무력 수단을 포기한다고 말한 적도 생각한 적도 없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북한은 생존 혹은 연명(延命)하기에도 급급하다고 생각하고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이 이루어 질것이라고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북한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북한은 국제정치의 역학구도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경우, 자신이 통일의 주역이 될 수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한반도의 통일 국가는 친미 국가여야 한다는 국제정치의 기본 원칙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통미봉남(通美封南)라는 북한의 통일정책은 북한의 통일전략이 얼마나 광범하고 체계적인가를 말해준다. 한국이 골치 아픈 반미주의 정부가 들어서는 경우, 미국은 그 한국 정부가 통일의 주역이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미국은 반미주의적 대한민국 정부가 통일이 주역이 되는 것 보다는 언제라도 친미국가로 급선회할 수 있는 현재의 북한 정권을 지지하는 편이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다. 중국은 최악의 경우 북한이 미국에 붙어 버릴 수도 있다는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 결국 북한은 중국마저 가지고 놀고 있으며 남북한 통일 게임은 아직 결판이 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복잡한 전략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과 국민들은 작년 11월 23일 연평도 포사격 이후 정상국가의 모습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국가안보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했고, 북한 정권의 속성과 본질에 대해 정확히 알기 시작했다. 북한은 연평도 포격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공포감을 자극하기 보다는 오히려 대한민국 국민의 분노와 경각심을 고양시키는 패착(敗着)이었음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지속적으로 ‘평화’와 ‘대화’를 강조하는 대남정책으로 대한민국의 지도자들, 지식인들, 보통 사람들의 국가안보관을 다시 흔들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중 어느 누구도 북한과 대화와 평화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화도 좋고 지원도 좋다. 다만 북한을 지원하는 것은 북한의 위정자, 군인이 아니라 북한 주민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과 그것은 자유민주주의 통인 한국을 앞당기는 것이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북한이 힘들어하는 천안함 사과를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전제 조건에서 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50명이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그러는가? 북한이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것은 천안함과 연평도를 역사에서 지우겠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으며 천안함의 희생을 그야말로 무의미한 죽음으로 타락 시키는 일이다.
북한은 결코 사과하지 않을 것이며, 사과할 수 도 없을 것이다. 북한이 결코 사과할 수 없는 이유는 북한이 아무리 악행을 저질러도 언제라도 북한을 두둔하는 대한민국 내 종북주의자들과 친북세력의 존재 때문이다. 북한이 천안함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날, 대한민국의 종북, 친북세력들의 설 자리는 어디인가? 북한이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왔던 3대혁명역량중 하나인 ‘남조선 내 혁명 역량’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북한이 천안함 공격에 대해 사과한다면 그것은 북한이 공들여 건설한 남조선 혁명 역량에 치명타를 가하는 일이 될 일이다.
대한민국도 이제는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북한이 천안함을 사과하지 않아도 (대충 넘어가도) 남북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 세력은 그들이 반(反) 대한민국이 아니라면 전략적으로 몰상식한 사람들일 것이다. 물론 천안함에 대한 사과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탁월한 전략가들이다. 그들이 지지하는 편이 대한민국이 아니라 북한이라고 가정한다면 말이다.
이들은 남북 긴장 완화, 북한에 있는 동족의 배고픔 등 그럴듯한 명분으로 천안함 관련 사죄를 너무 강요하면 안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북한에 면죄부를 주고, 연평도 포격 이후 난처한 상황에 처한 종북세력들의 가시방석을 빼 주는 것이다.
대통령은 하나 된 국민이 국가안보의 요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가 왔다. 그런데 대한민국 편이라는 사람들 중에도(국회의원, 지식인등) 이 기회를 포기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니 국민을 먹여 살리는 일도 제대로 못하는 북한 정권이 아직도 한반도의 통일 게임은 끝나지 않았고, 더 나아가 자신들이 승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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