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 진상 나올 때까지 눈물을 참자

군사 정보 베테랑들에 따르면 군 관련 정보를 판단할 때 5가지 요소를 근거로 판단한다. 사건 발생의 장소, 시각, 방법, 시기, 각종 관련정보가 5가지 요소다.


천안함 침몰사건을 여기에 대입하면 대략 이렇게 된다.


첫째, 사건발생 장소는 백령도 해역이다. 북한과 인접해 있고 남북간 군사작전 해역이다.


둘째, 발생 시각이 21시 22분(첫 발표 21시 45분)이다. 함정이 휴식에 들어가는 시간이다. 긴급사건이 발생해도 후속 대응조치에 시간이 걸린다. 조류(潮流)도 간만(干滿)이 바뀌는 시간이다.


셋째, 방법이다. 아직 내부폭발인지, 외부충격인지 정확히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UDT 잠수부의 증언은 함선이 정중앙에서 두동강이 났고 매끈하게 잘려졌다고 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배가 침몰하는 경우 크게 굉침(轟沈)과 폭침(爆沈)으로 나뉜다고 한다. 굉침은 천안함처럼 한방에 침몰되는 경우, 폭침은 선박 내외부에서 파공(破孔) 등에 의해 서서히 침몰하는 경우다. 1998년 여수 해역에서 우리 해군의 공격으로 침몰된 북한 잠수정이 폭침의 경우다. 


폭침의 경우 당연히 폭약 등에 의한 열(熱) 흔적이 남는다. 천안함 함수에는 열 흔적이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어뢰(기뢰)에 의한 수중폭발에 강력한 혐의가 주어진다. 또 초계함의 수명은 대략 40년 정도라고 한다. 천안함은 20년 됐기 때문에 이제 절반이다. 따라서 금속피로에 의한 굉침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넷째, 시기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세번째 서해교전이었던 대청해전에서 패배했다. 대청해전 이후 북한군은 서해안에 방사포를 추가 배치하는 등 뚜렷한 도발징후를 보여왔고,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등의 발언을 계속해왔다. 


다섯째, 각종 관련 정보들인데, 화폐개혁 실패, 물가·환율 급등, 아사자 출현 등 불안요인 때문에 “남조선 전쟁광들의 도발”로 몰고가야 할 북한 내부적 요소는 무수히 많다. 또 이명박 정부를 두들겨서 금강산 관광재개 등으로 통치 현금을 확보하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실패로 몰아가야 할 요소도 무수히 많다. 6월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을 패배시켜야 할 요소도 있다. 


이상으로 볼 때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데 ‘심증’이 가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물증’을 찾는 것은 무지 어렵게 되어 있다.


군사적 물증이라면 레이다 표식, 북한의 통신 내용, 어뢰(기뢰) 파편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미 레이다 표식은 새떼를 반잠수정으로 오인했다는 등 불분명한 모습이 보인다. 통신 내용은 2002년 교전 당시 통신 감청 내용만큼 ‘물증’으로 확실할지는 아직은 불분명하다.


또 유속이 전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빠른 백령도 해역에서 어뢰 파편을 찾는 것은 사하라 사막에서 바늘 하나를 찾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몇개월이 아니라 몇년이 걸릴지 알 수 없고, 또 설사 찾는다 해도 북한 어뢰 파편인지, 2010년 3월 26일 21시 20분 경 백령도 해역에서 발생한 파편인지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여 승소하기까지 걸릴 시간은, 어쩌면 김정일이 사망할 시간보다 더 걸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군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본다면 매우 성공적인 ‘작전’임에 틀림이 없다. 범죄자 입장에서 최고의 범죄는 ‘영구미제’가 확실시 되는 범죄이다.  


필자는 이번 천안함 격침의 배후로 유력한 인물 두 명을 꼽고 싶다. 한 명은  지난해 인민군 정찰국을 포괄하는 ‘정찰총국'(총국장 김영철)의 지도를 맡고 있는 오극렬(중앙당 작전부장, 국방위 부위원장), 또 한 명은 지난해 인민군 총참모장에서 물러나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관할하는 4군단장으로 내려간 김격식 대장(69)이다.     


총참모장에서 4군단장으로 간 것은 ‘강등’이다. 당시 언론에서도 ‘강등’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이 대목은 좀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시쳇말로 서해교전에서 패배한 책임을 물어 김정일이 김격식의 ‘쪼인트’를 까면서 총참모장직을 떼낸 것이 아니라, 서해 NLL에서의 군사긴장 고조가 대남 전략상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김격식이 스스로 “제가 NLL로 내려가 직접 지휘하겠으니 허락해달라”며 김정일의 ‘윤허’를 받아냈을 것으로 본다.


그것이 김격식 입장에서 김정일의 신임을 더 받아내는 길이고, 또 김정일은 “과연 충신중의 충신이로다”로 화답했을 것이다. 이는 또 수령절대주의의 슬픈(?) 단면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천안함 사건은, ‘너무 앞서 가는 소설 같은 이야기 아니냐’는 비판을 무릅쓰고라도, 필자는 김격식-오극렬-김정일 라인에서 결정됐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북한군은 긴급 돌발상황을 방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총 한방을 쏘려고 하면 총참모장-김정일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수령결사옹위와 군사 쿠데타 방지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어뢰를 발사했다면 김정일의 허가 없이 가능하지 않다.


오극렬을 꼽는 이유는, 그가 전략전술에 매우 능하고 각종 특수임무 수행 경험이 풍부하며, 비(非)합법 대남도발 총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서해 해안포를 우리 군함에 쏘면 그 작전 섹터(sector)가 바로 쑥대밭이 될 것이고, 미사일을 쏘면 눈에 뻔히 보이는 명백한 ‘전쟁행위’가 되기 때문에, 비합법 전술로 증거를 찾아내기 어려운 전술을 사용한 것으로 본다. 그래서 오극렬이 작전의 시기, 방법 등을 충분히 도와주고 김격식 부대가 실행했을 것으로 관측한다.


물론 이번 ‘작전’에는 남한 내부 정세는 물론, 한반도 정세의 전환을 위한 김정일의 방중(訪中) 시기도 감안됐을 것이다.


김정일은 중국에 가서 6자회담 복귀를 중국에게 공식적으로 알리고 경제지원을 받아내는 한편,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를 ‘평화 국면’으로 바꿀 것이다. 1990년대 초부터 김정일은 한반도 정세를 ‘긴장 모드’-‘평화 모드’로 갈아주면서 생존을 모색해온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일이다.


앞으로 북한이 6자회담으로 돌아오면 한반도 정세는 불가피하게 ‘평화 모드’로 가는 것이고, 김정일은 중국에서 각종 개혁개방 프로파간다를 늘어놓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천안함 사건을 둘러싸고 남한 내부는 또다시 둘로 갈라지게 된다. 끝까지 천안함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쪽은 ‘보수’가 되고, 김정일 정권의 위장된 ‘평화모드’에 올라타려는 쪽은 ‘진보’가 되는, 참으로 괴상망칙한 한국판 ‘보수-진보’ 구도로 가면서, 6월 지방선거까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거짓말의 물레방아’가 또다시 돌고돌게 된다. 


이른바 ‘진보 언론’들은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보다, 이른바 ‘보수 언론’들의 보도 방향을 반대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이들 매체들은 적어도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달을 가리키면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비난하는, 김대중-노무현 시기의 구태에서 벗어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이들이야말로 진정 명실상부한 ‘수구꼴통’들인데, 현실은 정반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 어떤 창의적인 생각을 할 능력이 없다. 오로지 기존 질서를 반대하는 것만이 ‘진보’라고 착각한다.


천안함 사건의 실체적 진실도 이 거짓말의 물레방아 때문에 차츰 잊혀져 갈지 모른다. “대한민국을 사랑하자”는 애국자들은 ‘수구꼴통’이 되고, 더욱이 해군, 해병대에 입대하지 않겠다는 젊은이들이 늘어날지 모른다. 김정일은 이명박 정부에게 참으로 곤혹스런 폭탄 하나를 던져놓은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북한문제는 끝까지 북한문제로 취급하면서 남한 내부 정치와 연결짓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천안함 사건 발생 1시간 만에 “북한 개입 가능성 낮다”라고 발표할 것이 아니라, “철저히 진상 규명을 할 것이며, 외부 공격으로 침몰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끝까지 추적하여 범죄자들을 색출하겠다”로 발표하는 것이 올바르다.


사실, 초기 대응에서 ‘북한’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할 하등의 이유도 없었다. 북한은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고, 또 천만분의 1의 확률로 중국 해적선이 그렇게 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예단과 단정은 생략하고 “끝까지 추적하여 범죄자들을 색출하겠다”라고 하는 것이 정부의 굳은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고, 또 그런 언급을 통해 위기발생시 대한민국 공동체는 하나가 되는 것이다.


둘째,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이번 천안함 사건만은 실체적 진실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언론들도 차가울 정도로 이성적인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냥 한바탕 울고 지나가서는 절대 안된다. 울더라도 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난 다음에 우는 것이 이성적이다. 모든 국가적인 노력을 총동원해서 파편 등과 같은 증거를 찾아내야 한다. 완전범죄는 없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단기전 승부에 매우 강하다. 영국이 알바니아 해역에서 파편 찾는데 3년 걸렸다고 하지만, 우리는 워낙 단기전 승부에 강하기 때문에 잘하면 빠른 시일 내에 증거를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번 사건을 어물쩡 넘기면 국민들 속에서 패배주의가 나타날 수 있다. 무엇보다 청소년, 청년층에 열패감과 패배주의가 스며들면 나라의 미래가 어둡다. 동계 올림픽 때 보여준 우리 젊은이들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이어가야 한다.


셋째, 정부는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날 경우를 우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북한 소행으로 드러날 경우 대응책은 매우 많고 다양하다. 여기에서 구체적인 전략전술까지 말하긴 어렵지만, 우리가 하기에 따라 김정일을 우리의 대북전략 틀 안으로 꼼작 못하게 멱살잡아 끌어들일 수 있으며, 2300만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김정일 독재정권을 반대하고 대한민국 정부를 지지하도록 만드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또 북한문제를 매개로 보수-진보로 잘못 이분된 대한민국 공동체의 사회통합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에게, 또 대한민국 공동체를 위해 이번 천안함 사건은 위기이면서도 큰 기회인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국민들은 눈물을 흘려서는 아니된다. 그것이 우리가 순국한 장병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