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 선진국형 위기극복 첫사례로 만들자

개인의 경우도 비슷할 것이다. 갑작스럽게 위기가 닥쳤을 때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 그 개인의 자질과 능력을 알 수 있다. 차분하게 위기를 헤쳐 가는 사람이 있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다가 나중엔 ‘도리없지 뭐. 재수 없다고 생각해야지…’ 식으로 가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다음에 위기가 와도 또 비슷하다.


하물며 국가는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국가적 위기에 봉착했을 때 비로소 그 국가의 실력이 나온다. 선진국-개도국-후진국의 실력이 판가름 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5일 아침 ‘제38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엄정한 사실과 확실한 증거에 의해 원인이 밝혀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섣부른 예단과 막연한 예측을 경계하면서 “이러한 큰 사고에 대한 원인규명은 속도보다는 정확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건 발생 초기에 방송이 “북한 연계 가능성 낮다”고 성급히 보도하는 바람에 국민들이 정부에 가졌던 불신감이,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대통령의 연설로 그나마 좀 회복되는 느낌이다.


국가적 위기가 발생하면 선진국들은 1)위기의 정확한 원인 진단 2) 적절한 대응책 수립과 효과적 수행 3)안정된 사후관리의 수순을 밟게 된다.


이는 의사의 진료행위와 공통성이 있다. 1)질병에 대한 정확한 (원인)진단을 해야 한다. 2) 적절한 치료방법을 선택하고 효과적인 치료행위에 들어간다 3) 환자의 안정적 회복을 위한 사후 관리에 들어간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첫머리는 역시 질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다. 의사의 경우, 대체로 이 대목에서 명의(名醫)-전문의-일반의-돌팔이 수준이 판가름 난다. 명의/전문의와 일반의/돌팔이의 차이는 오진률(誤診率)에서의 차이라고 한다. 전문의는 상대적으로 오진률이 낮다. 명의는 오진이 거의 없어야 ‘명의’로 대접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대북정책에 비유하면 지난번 햇볕정책이 꼭 그랬다. 김대중 정부는 “북한은 개혁개방으로 나가지 않을 도리가 없는 상황이니,  우리가 도와주면 개혁개방으로 나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에 대한 초기진단 오류, 의료행위로 치면 명백한 오진(誤診)이었다.


초기진단에서 오류가 발생했으니, 치료 방법-사후관리가 제대로 될 리가 만무했고, 이 때문에 결국 햇볕정책은 80% 실패, 20% 정도의 성공률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대북정책의 전문의 급(級)도 일부 참여는 했겠지만, 북한문제에 대체로 일반의 급, 더욱이 민주당(열린우리당) 정치인 중에 특히 돌팔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결과는 실패로 나타난 것이다.


천안함 사건도 여기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물론 ‘사건 원인과 배후에 대한 정확한 규명’이다. 오늘 이 대통령의 연설에서 “엄정한 사실과 확실한 증거에 의해 원인이 밝혀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대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한편으로, 원인 규명 단계에서 절대 다른 선입견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다시 말해, 사건 발생 초기에 “북한 연계성 낮다”고 잘못 예단한 것처럼, 제1단계인 원인규명 단계에서부터 행여 ‘북한의 소행이 더 확실히 드러나게 되면 정말 어쩔 것인가’라는, 제2단계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를 미리 앞당겨 고민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고, 또 절대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병원에 정밀검진을 받으러 가는 환자는 ‘혹시 진짜 암(癌)으로 진단이 나오면 어떡할까?’라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암으로 진단이 나오면 암과 싸워 이기는 길만이 남는 것이지, 암 진단 자체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앞으로 암 치료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문제는 제2단계, 즉 치료 단계에서 철저히 연구하면 된다.


현 단계에서 우리 국민과 정부가 가장 예의주시 해야 할 대목은, 천안함 사건의 원인규명을 철저히 해갈 경우, 속으로 가장 불안해 할 당사자가 과연 누구일까라는 사실이다. 경찰이 본격 수사에 들어가면 범죄자가 겁을 제일 많이 집어먹는 것은 당연하다. 원인규명을 철저히 할수록 더욱 불안해지는 당사자는 범죄자이지, 피해자가 아니다.


따라서 원인규명과 동시에 범죄자로 의심되는 배후에 대한 규명을 다른 각도에서 동시에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 규명 대상지역은 서해뿐 아니라 북한 지역을 포함한 한반도 전역이 되어야 할 것이며, 여기에서 나오는 각종 영상, 음성, 인적 정보 등 범죄자 규명을 위한 그물망을 아주 넓게 쳐놓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그물망을 좁혀 들어갈 경우 범죄자의 ‘과잉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어제 북한 선전매체가 “남조선이 DMZ에 대포를 쐈다”고 날조한 것도 이 대목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해 정부와 관계기관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또 언론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원인규명을 위한 시간이 한없이 늘어져서도 안 될 것이고. 천안함 사건이 국민의 관심에서 사라지게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특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것보다 정부와 이른바 ‘보수언론’이 실패하는 것에 더 큰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 사건규명의 본질을 계속 흐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려는 쪽은 앞으로 천안함 사건의 범죄자 및 범죄자를 애써 옹호하는 집단과 2대 1로 싸워야 할 상황에 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비과학-비이성-불합리’의 전형이었던 광우병 사태 비슷한, 실체적 진실보다 ‘선동에 의한 사건의 본질 흐리기’가 재발할지도 현재로선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 점에서 “엄정한 사실과 확실한 증거에 의해 원인이 밝혀지도록 할 것”이라는 이대통령의 연설이 끝까지 관철되기를 기대해본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도 ‘위기의 정확한 원인 진단→적절한 대응책 수립과 효과적 수행→안정된 사후관리’의 수순을 잘 밟아가는 위기대처 모범사례를 기필코 한번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