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 ‘국제공조’…전략안(眼)이 괜찮다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국제공조 전략’을 선택한 모양이다. 결론부터 말해, 좋은 전략이다. 


7일 오후 언론보도에 따르면 사고의 원인조사 과정에서부터 국제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천안함 침몰에 북한이 연루돼 있다면 유엔 안보리 제재와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을 추진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한다. 


문화일보(7일)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6일 국무회의에서 “(국제전문가의 참여하에) 결론이 나야 그 결론을 근거로 우리 정부도 단호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밝히고,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요20개국(G20) 회원국과 6자회담 회원국 등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초미의 관심사라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대통령의 이러한 인식에는 우리의 ‘국내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된 것 같다. 청와대 관계자는 “천안함 사건이 한쪽은 북한이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고, 다른 쪽은 연관이 안된 쪽으로 가기를 기대하고 있어서  예민하다”는 발언도 했다. 그래서 좀더 ‘객관적인 방식’으로 사태를 해결해가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지금 대한민국은 사회통합 문제가 가장 중요한 아젠다로 떠올라 있을 정도로 심각하게 내부가 분열돼 있다. 사실상 ‘정치적 ·사상적 내전(內戰) 상황’이나 다를 바 없다. 


이같은 내전 상황까지 오게 된 ‘배후의 배후’를 추적해 들어가면 저 밑에서 ‘북한문제’가 얼굴을 내민다. 노태우 정부 시기 북방정책은 여야 모두 찬성했다. 김영삼 정부 시기 때는 대북정책이 냉탕온탕을 오갔다. 김영삼 정부의 ‘무능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 대북정책의 무능력이 대한민국 공동체의 심각한 분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른바 ‘남남갈등’이 등장한 것은 김대중 정부 시기 때부터였다. 햇볕론자들은 조중동을 비롯한 이른바 ‘보수’들이 햇볕정책을 훼방놓았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러한 주장 자체가 북한문제에서 스스로 3류임을 드러내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 칼럼을 통해 누누히 입증해왔지만, 햇볕정책은 북한에 대한 진단 오류, 다시 말해 김정일 정권에 대한 오진(誤診)이 근본원인이었기 때문에 정책의 실패는 사실상 ‘필연적’이었다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다. ‘보수’ 때문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북한의 핵실험 등등 이후 김정일 정권이 행한 무수한 ‘객관적 행위들’만 보아도 명료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민주당 등 ‘햇볕 패잔병’들은 끝까지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이번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하는 말을 보면, 좀 미안한 표현이지만 꼭 무슨 TV 코미디 프로 ‘봉숭아 학당’을 보는 것 같다. 북한이 관련 없다는 말인지, 아니면 햇볕정책이 틀리지 않았음을 강변하기 위한 일종의 ‘피해의식’의 발로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6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김정은 후계구도 정리, 방중(訪中) 준비, 화폐개혁 실패에 따른 혼돈 상황 등 여러 정황상 (천안함 사건에 대한) 김정일의 승인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지 않느냐?”고 질문했다고 한다.   


이같은 질문이 ‘천안함이 인양될 때까지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하지 말자’는 의미라면 옳은 말이다. 하지만 “김정은 후계구도, 방중(訪中) 준비, 화폐개혁 실패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오히려 북한정권이 도발할 가능성이 더 높지, 어떻게 도발 가능성이 더 낮은 것으로 해석하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지금 김정일 입장에서는 ‘남조선 괴뢰’가 적당한 선에서 도발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하다못해 ‘준(準)전시 상태’라도 선포하고 ‘장군님 두리에(중심으로)’ 인민들을 똘똘 단결시켜 “화폐개혁 실패 등 혼돈상황”에서 민심수습이라도 할 수 있을 게 아닌가?


외부의 충격으로 내부를 결속시키려 한다는 것쯤은 북한정권의 대내외 전략을 이해하는 데서 수학으로 치면 방정식, 인수분해 수준도 못되고 단순 덧셈뺄셈에 해당한다.


지금의 김정일 정권은 공산주의와도 아무런 인연이 없어졌지만 계급주의 정권은 기본적으로 ‘투쟁대상’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북한 내부에 지주 자본가 반당종파분자 기독교인 등등에 대한 계급독재가 다 끝나고 나면 그 다음의 투쟁대상은 ‘제국주의'(미)가 되는 것이다. 또 ‘남조선 괴뢰도당’은 북한정권 유지를 위한 ‘영원한 투쟁 대상’이다. 더욱이 지금 김정일 정권은 핵이든 뭐든, 한반도 긴장상황을 만들어 놓아야 미북대화 등 생존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 쯤은 삼척동자라도 다 안다.


사정이 이럴진대, 민주당 의원들의 한심한 질문을 듣고 있으면, 과연 이 사람들이  북한문제에서 ‘셈본'(산수)수준이라도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말 우리 국민들이 이들에게 세비(歲費) 주려고 꼬박꼬박 세금을 내야 하는지, 회의스럽고도 또 회의스러운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수준이라는 게 정말로 이렇게밖에 안되는가?    


그러니, 이번 천안함 사건을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가지 못하고. 미국과 우방국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지만, 어쩌겠는가? 사태 해결의 직접 당사자인 정치인들 수준이 저 모양이고, 이것이 대한민국이 처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인 것을. 그래서 정부의 대북전략도 중요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오히려 ‘대남전략’이 더 중요해진 현실이 되어 버렸다.  


천안함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 전략은 다음과 같은 이점도 있다.


첫째,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 국제공조를 단단하게 해놓는 의미가 있다. 예상되는 김정일 정권의 외교적 행동반경을 미리 줄이는 것이다. 상대의 힘을 빼는 일종의 ‘고립화’ 전략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외교전에서 우리가 우위를 선점해둘 수 있다. 북한 소행으로 밝혀지면 중국 입장에서도 ‘테러’라는 범죄행위를 감싸주기 어렵다.


둘째, 김정일 정권의 폭력성을 국제사회에 객관적으로 알리는 데 유리하다. 또 북한문제의 국제화를 통해 김정일 정권을 국제규범의 틀 안으로 몰아넣어 가는 데 유리하다.   

셋째, 북한문제는 우리 입장에서는 ‘민족 내부문제’의 측면도 동시에 있지만, 객관적으로는 ‘국제문제’다. 수학문제를 풀어가려면 문제를 정확하게 풀어줄 ‘공식’을 잘 선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제공조 전략’을 공식으로 선택한 것은 전략안(戰略眼)이 있다는 의미이다.


넷째, 향후 임의의 시기에 북한이 체제전환을 하게 될 때, 또는 급변사태를 맞을 수도 있는 시기에 대비하여 이번 기회에 ‘국제공조’를 통해 사전에 ‘연습’할 필요도 있다. 급변사태를 맞게 될 때 대한민국을 주체로 하는 국제공조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가 다 풀리는 것은 아니다. 


북한 소행으로 드러날 경우, 대한민국 자체의 응징 프로그램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를 배제하면 안된다. 또 그것은 국제공조로 풀기 어렵다. 김정일을 꼼짝 못하게 만들면서 다시는 그런 짓을 하다간 자신의 목숨이 바로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뚜렷이 ‘각성'(覺醒)되도록 만들 별도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일은 동맹이 도와주기 어렵다. 그래서 원래부터 ‘실력’은 스스로 키워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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