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천안함 사건 당시 군 작전을 지휘했던 이상의(육사30기) 전 합참의장이 최근 자서전 형식의 자기계발서 ‘세레노리더'(SERENO LEADER)를 펴냈다.
‘세레노'(SERENO)는 ‘밝고 맑다’는 이탈리아어로, 세레노 리더란 기분 좋은 에너지를 조직 전체로 확산시켜 가능성과 자신감을 확장시켜주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 전 의장은 저서에서 “21세기 우리에게는 권위적인 파워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활력을 살려주는 힘을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면서 “교감능력이 뛰어나며 교양 있고 세련된 스타일을 갖춘, 주변을 넓게 보는 스케일을 갖추고 저마다의 디테일한 차이를 존중해 개성을 살려주며 세심한 배려와 미소를 잃지 않는 스타일이 바로 세레노 리더”라고 말했다.
그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가 세상의 주류, 내 삶의 주연이 되어야 한다”면서 “요즘의 젊은이들은 당장의 취업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스펙 쌓기에 몰두하지만, 스펙보다 중요한 것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스타일 창출”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 방법으로 자신과 대화하기, 독서, 멘토(mentor) 섬기기, 몰입의 기술 등을 소개하며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스토리파워를 기르라고 제안했다.
이 전 의장은 최근 군 개혁논의의 본질이 우리 시대의 소통 부재와 리더십 위기에서 출발한다고 보았다. 그는 36년의 군 생활동안 주로 야전(野戰)에서만 근무해오다 2009년 합참의장이 된 뒤 육해공 3군 합동성 강화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했다. 이 전 의장은 이를 위해 군사상 최초로 3군 합동성 강회회의를 열었다. 바로 이날 천안함 사건 발생했다. 그리고 4개월 후 천안함 사건이 대략적으로 수습된 후 사건의 책임을 지고 퇴역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을 지휘하면서 현 육해공 3군 합동성 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감했다”면서 “2009년 합참의장 부임 이후 합동성 체제에 문제의식을 가져왔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첫 번째 시도가 천안함 사건 당일 계룡대에서의 3군 합동성 강화회의”라고 말했다.
그에 의하면 천안함 사건 당시 합창의장이었던 이 전 의장은 의장대로, 해군참모총장은 총장대로 국방장관에게 보고했고, 작전을 지휘하는 예하 해군작전사령부와 함대사령부 또한 긴급 상황을 조치하는 와중에 해군참모총장과 합참의장 두 사람에게 따로 보고를 해야했다.
이러한 지휘보고 체계하에서 예하부대는 어떤 내용을 합참에, 또 어떤 내용을 해군 본부에 보고해서 지침을 받아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전 의장은 천안함 사건 이후 반성하게 된 점으로 ▲적을 가볍게 보지 않았는가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갖추는 데 만족하고 그 작동에 대해 안이하지 않았는가 ▲국방의 인식을 값비싼 무기체계로만 연결하고 정신전력을 소홀하게 여기지 않았는가 ▲육·해·공 3군의 합동성 강화보다 자군 이기주의에 집착하지 않았는가 ▲강한 병사를 양성하는데 치열했는가 등을 들었다.
그는 이어 천안함 사고 1주년이 되기 열흘 전 희상자 묘역을 참배하며 “전우들 앞에서 살아 있음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며 리더는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그는 최근 국방부가 3군 합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군 개혁안에 대해 “진작 정비되었어야 할 3군 합동성 강화 프로그램에 손을 대는 순간 큰 사고(천안함)가 생긴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면서 “지금 (군 개혁)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삼류군대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의장은 천안함 사건 당일 음주 파문에 대해 “사건 당일 육·해·공 3군의 합동성을 강화하는 회의가 있었고, 회의가 끝난 후 만찬을 하며 참석자들과 반주를 나눈 정도”라면서 “군문(軍門)에 들어선 이후 단 한 번도 자기통제력을 상실할 만큼 술에 취해본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전 의장은 전역 뒤 한신대 특강에서의 일화를 소개하며 “남북의 대치상황에서 천안함 사건을 두고 진보·보수 간 관점 차가 있을 수 있고 특히 북한의 소행이냐를 두고 ‘확신’과 ‘예상’ 모두 표출될 수 있지만, 어느 쪽이든 확신을 강하게 자주 주장하는 것은 건강한 상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선택적’으로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지각하지만 국가적으로 큰 사건은 보다 많은 정보와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며 “천안함 사건은 한국인들로 하여금 건강한 상식에 대한 의미를 깨닫고 각성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