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합조단의 공식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정부내 기류가 ‘이번에는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쪽으로 굳어지면서 북한이 개성공단 등 남북관계 범주에서 ‘인질극’을 전개할 가능성이 어느때 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일단 지난 14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산림청 등 10여개 정부 부처에 “예산이 투입되는 대북사업을 잠정적으로 보류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앞서 11일에는 남북교역 업체들을 향해 북한에 대한 신규 투자 및 계약체결·선불지급·물품반출 등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당시 통일부는 “남북관계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위탁가공업체를 포함한 남북 경협업체들이 예기치 않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예방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었다. 북한이 금강산 지구 내 남측 자산을 몰수.동결조치 이후 ‘제2의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북한이 연일 남북관계를 악화시킨데에 대한 정부의 준비된 응수로 해석되기도 했다.
현인택 통일부장관은 지난달 13일 북한의 금강산 부동산 몰수.동결 조치를 염두해 “남북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보고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천안함 사건과 무관하게 정부 나름대로의 대응방안을 준비하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지금까지 통일부의 행보는 일단 북한으로 유입되는 돈줄을 차단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2009년 통일부를 제외한 정부 부처가 지출한 북한 관련 사업 예산은 ’60억’ 규모로 여기에는 영유아 결핵 퇴치를 위한 인도적 지원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연구 용역비 등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교역 관련 반입(수입) 규모는 연 2억4천519만 달러로 여기서 통관 및 하역 비용, 선박 운임중개 수수료 등 부대비용을 뺀 액수가 북한에 제공됐다. 또 위탁가공 대가로 북에 들어가는 노임 등은 연간 2천500만~3천800만 달러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남북경협시민단체인 남북포럼은 남북교역이 완전중단될시 북한은 연간 3억7천만 달러의 손실을 보고 근로자 8만명이 일자리를 일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이 남북교역 전반을 완전히 중단시킬 경우 그 손실도 엄청날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남북교역 전면중단은 그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남이든 북이든 선수(先手)를 두기에는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7일 ‘정부 부처들에 대한 대북사업 잠정 보류 요청’을 대북제재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시각에 대해 당혹감을 나타냈다. “남북관계가 가변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미리 인식하고 조심하고 주의해 달라는게 기본 취지”였다는 것이다.
일단 남북간 치킨런 게임이 시작되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것은 북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 초부터 ‘100억달러 규모 외자 유치’ 목표를 내세우고 있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에 이어 개성공단까지 헝클어 뜨릴 경우 국제사회 뿐 아니라 중국 자본의 신뢰마저 잃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달 달러로 입금되는 개성공단 북측 노동자들의 노임을 포기하기엔 북한 경제상황이 녹녹치 않다. 화폐개혁 후유증이 낳은 경제난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김정일이 중국 방문을 통해 얻어온 선물보따리도 마땅한 것이 없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정치적 판단’에 따라 남북교역 전체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식의 배짱을 부리고 있다.
북한 장성급회담 북측 단장은 16일 우리 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남측의 대북전단 살포가 계속되면 동서해 육로 통행을 차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따라서 대남압박의 카드로써 동행횟수, 출입인원 등을 제한했던 2008년 ‘12.1조치’ 등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