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대응 한달…”입구도 들어서지 않았다”

정부가 천안함 침몰을 북한 소행으로 결론짓고 내놓았던 대북조치가 24일로 한 달이다. ‘분명한 대가를 묻겠다’는 정부 입장이 단호해 당분간 강경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실은 국내외 반발 기류에 꽉 막힌 형국이다. 

정부는 5.24 대북조치로 ▲제주해협 운항 전면 불허 ▲남북교역 중단 ▲국민 방북 불허 ▲대북심리전 재개 ▲서해상 한미합동군사훈련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를 위한 해상차단훈련 ▲유엔안보리 차원의 대북조치 추진 등을 내놓았다.


이중 남북교역 중단은 2억5천~3억 달러의 외화수입 차단을 통해 북한 정권의 통지자금을 차단하겠다는 것이었고, 확성기방송·삐라·라디오방송 등 대북 심리전 재개는 정보유입을 통해 북한체제의 아킬레스건을 직접 타격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최초 의도와 달리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실제 진행 중인 조치는 라디오방송이 유일하다. 나머지 조치는 모두 유보중이다. 정부는 유엔안보리 조치 등 이후 상황 변화에 맞게 조치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제사회 차원에서 북한을 압박하고자 했던 정부의 구상은 불투명하다. ‘냉정과 절제를 유지해 국면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에 변화가 관측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유엔안보리 제재 형식 보다는 문구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을 직적 지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국내외 상황에 대해 대북전문가들은 정부의 강경하고 단호한 대응기조엔 ‘합격점’을 주지만 독자적 대응조치 과정에서는 세련되지 못한 ‘결함’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5.24조치는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사용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대응 과정에선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교수는 “심리전 재개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도 세련되지 못한 행동이었다”면서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줄어든 효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북한과 남한 내 반발 등을 고려하지 못한 행보였다는 지적이다. 여론의 향방에 따라 확성기방송 등이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이와 달리 정부의 강력한 초기 대응의지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기조에 영향을 미쳤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남북협력연구센터 소장은 “정부의 강력한 조치가 미국의 금융제재 준비 등 추가적인 대북압박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최 소장은 중국의 북한 편들기에 대해서도 “중국은 물론 북한의 소행이 없다는 것으로 얘기하지만 사실 북한의 행태에 곤혹스러워하고 북·중 정상회담 역시 껄끄러운 상황으로 전개됐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태로 인해 남북관계도 예측불허다. 정부는 ‘도발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입장에 따라 북측에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오히려 ‘날조극’이라며 남한 내 “비과학적 수사”라는 여론에 힘입어 ‘외교전’까지 펴고 있다.


남한 내 정부 비판 여론도 거세다. 대북 교역·경협업체들은 주문량 감소 등을 이유로 정부의 대북조치의 유예를 요구하고 있고, 대북지원민간단체 등은 대북지원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참여연대를 필두로 친북·좌파단체들은 조사결과도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은 지방성거 승리에 힘입어 대북정책 전환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출구전략 필요성’까지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에 확실한 책임도 묻지 않은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고려하는 것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로 읽혀질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교수는 “지금의 답답한 남북관계 상황에 나올 수 있는 말이지만 입구도 들어서지 않은 상황에서 출구전략 논의하는 너무 이르다”고 했고, 최 소장도 “중기적인 차원에서 논의에서는 필요할 수 있지만 현재 천안함 사건 국면에의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북한이 후계체제 구축 과정에서의 경제난 등 내부 불안요인에 따라 먼저 관계개선을 요구하는 제스처를 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결국 북한 체제의 내구력 문제가 남북관계를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고, 최 소장도 “북한이 현재 경제적 위기에 있고, 권력 이양기에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컨트롤될 수 있는지 여하에 따라 변화가 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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